Abstract

본 논문은 김종삼의 중기시를 반복되는 표상의 실패와 주체 인식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김종삼 시의 주체 연구는 미비했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 연구는 초기에 집중되어 있으며, 후기와 관련된 연구도일부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김종삼 중기시 주체 관련 연구는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기존의 연구에서 김종삼 시세계에 대한 명확한 시기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본 논문은 김종삼의 중기시를 1964년작품 「나의 本籍」에서 1973년 「올페」까지로 보고 있다. 본 연구는 본격적으로 ‘나’에 대한 규정과 본적에 대한 물음이 출현하는 점, 이러한 동일시의 시도가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지점에서 주체가 출현한다고 보았다. 김종삼의 1964년 작품 「나의 本籍」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본격적으로 ‘나’와 ‘본적’에 대한 물음을 가지며 동일시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후 시편들에서 ‘나’에 대해끊임없이 정의 내리고 표상하려는 반복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와 같은 점을 비추어 「나의 本籍」을 기준으로 초기시와 중기시를 구분하고 있다. 또한 본고는 「올페」에서 드러난 실패의 고백을 통한 주체 인식을 기준으로 중기시와 후기시를 나누고 있다. 김종삼은 1973년 산문 「먼 「시인의 영역」」에서 직접적으로 시인이라는 영역에 도달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이러한산문의 고백은 그의 시 「올페」에서 “나는 죽어서도 나의 직업은 시가 못된다”라는 실패의 고백과 연결해 생각해볼수 있다. 이처럼 김종삼 시의 시적 주체는 자신이 표상하며 상정하고 있는 시인의 영역에 결코 도달할 수 없음을고백하고 있다. 위와 같은 구분의 근거와 관련한 이론적 배경은 ‘상징적 동일시’와 주체의 실패를 통해 남겨진 공백이라는 관점이다. 이는 주체가 자기 자신에 대한 표상을 목표로 하지만 실패하고, 이러한 실패에 의해 남겨진 공백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1964년 작품 「나의 本籍」에서 1973년 「올페」까지의 본적에 대한 동일시의 시도와반복되는 표상의 실패를 통한 주체 인식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앞서 살펴본 실패의 고백은 후기시에 해당하는1982년 작품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에서도 반복된다. 종합해보자면, 김종삼 중기시의 특징은 수많은 ‘나’와 ‘본적’에 대한 동일시의 시도 및 반복되는 표상의 실패와이를 통한 주체 인식과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실패를 산문과 「올페」에서 직접적으로 발화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톺아보는 작업을 통해 초기시와 후기시를 이으며, 김종삼의 시 세계를 ‘반복과 실패’를 통한‘주체 인식’이라는 키워드로 관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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