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해방 직후 미군정 치하의 정치ㆍ경제적 변화는 순조롭지 못하였다. ‘현상유지정책’을 점령 기조로 삼았던 미군정은 남한의 높은 ‘인플레이션 현상’과 ‘생산성 저하’에 직면하여 다시 통제경제정책을 시행하였다. 이에 따라 1946년 5월 28일 군정법령 90호 ‘통제경제령’이 공포되었고, 물자의 배급과 가격이 통제되었다. 다시금 이러한 배급과 통제로 인해 ‘暗市場’이 성행하였고, 결국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제강점기의 암시장은 계속 존치되었다. 미군정기의 암시장은 미군정 초기부터 후반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지역별로는 식량 생산지가 아닌 대도시에서 더욱 잦은 현상이었다. 당시 암시장은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생계유지를 위한 현장이었다. 그렇기에 암거래 행위는 전재민과 실업자 등의 사회적 약자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거래는 암거래 물품을 실소유한 자본주와 계약을 맺고 채무까지 진 전재민이나 실업자가 점조직으로 활동하여 직접 호객 및 거래를 알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암시장에서 거래되었던 물품은 생활필수품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남한 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했던 사치품이어거나, 품질이 좋았던 미군용 담배와 약품 등도 있었다. 미군정은 이에 군용물자의 시장 유출을 막고자 군표 활용, 지속적 단속, 규칙 제정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의 물자통제와 물자의 부족, 경제경찰의 폭압적인 단속을 경험하였던 일반 대중은 같은 경제적 상황을 해방 이후에도 경험하였다. 생산량의 감소와 더불어 전시체제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였다. 일제강점기의 경험 속에서, 시장에는 생존의 문제와 영리추구의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며, 결국 미군정기에도 암시장에서의 거래는 계속 유지되었다. 이는 한편으로 식민지경제의 또 다른 유산이었다. 1937년 이후 전시체제기 통제경제하에서 암시장에서의 암거래를 통한 재화 구매와 판매를 체화하였던 일반 대중은 또 다시 미군정기의 경제통제와 물자부족, 인플레이션 현상 속에서 생계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암시장에서의 암거래를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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