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남녀 관계를 가리키는 의 ‘강-배’ 비유가 현대 시문학 작품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본 글이다. 표층적 차원에서 의 ‘강-배’ 비유는 ‘도강의 수단’ 및 ‘이별의 계기’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대동강”이 실제의 강, “배”가 도강을 위한 교통수단을 뜻하면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행위는 화자가 임과 이별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심층적 차원에서는 ‘강-배’ 비유가 애정의 쌍방인 남성과 여성을 가리키면서 동시에 강물 위에 배가 떠다니는 상황은 남녀의 육체적 결합을 상징한다. 본고에서는 ‘강-배’ 비유의 표층적 차원의 의미를 계승한 사례로 와 장석남의 를 검토해 보았다. 남녀 사이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강-배’ 비유를 활용하고 있는 두 작품에서, 특히 에서는 시적 자아의 이별과 외로움을 ‘배’의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발상이 “저 배는 야속하리”에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의 화자가 임과의 이별을 사공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에서 화자는 임과의 이별을 자신이 배를 밀어 그 배가 손에서 떨어지고 시적 자아로부터 멀어지는 상황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이나 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바이다. ‘강-배’ 비유의 심층적 차원의 의미를 계승한 사례로는 , 서정주의 와 를 살펴보았다. 의 “내 마음은 호수요 / 그대 노 저어 오오”라는 구절에서는 화자가 자신을 “호수”에, 상대방을 “배”에 비유하면서 ‘호수에 배가 떠다니는 상황’과 그 배가 ‘시적 화자에게 다가오는 상황’을 통해 애정의 두 당사자 간의 만남과 사랑의 성취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실연한 사람들이 다시 사랑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에서는 “실연”을 상징하는 “돌”에 “돛 단 배”를 뜻하는 “돛”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것이 다시 강이나 바다에 떠가기를 기원하고 있는 데, 이러한 기원은 에 나오는 ‘물-배’ 비유의 심층적 문맥에서 보면 남녀 간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는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을 모티프로 하는 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 를 원작으로 하여 재창작된 세 편의 연작 가운데 나머지 두 작품인 와 이 모두 이도령에 대한 춘향의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 원작에서 두 인물의 사랑의 계기가 된 “그네”를 미는 행위로부터 작품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춘향의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갈망과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아무런 구속 없이 이룰 수 있는 이상적 세계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넷줄을 미는 행위’와 그것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제시된 ‘배를 내어 미는 행위’는 모두 이도령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춘향의 마음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바다로 배를 내어 미는 행위’는 두 당사자간의 사랑의 성취라는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의 구속과 제약을 뜻하는 “수양버들 나무”, “풀꽃데미”, “산호”, “섬”과 같은 존재들과의 결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는 제3연의 ‘대동강’과 ‘배’가 ‘도강의 수단’이자 ‘이별의 계기’라고 하는 표층적·지시적 의미를 지님과 함께 ‘남녀 간의 성적 만남’이라고 하는 심층적·함축적 의미를 지니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 ‘물-배’의 비유를 활용하고 있는 고전시가와 현대 시문학 작품의 다양한 작품에서 ‘물’은 ‘음양수’, ‘강’, ‘여흘’, ‘소’, ‘호수’, ‘바다’ 등으로 구체화되고, ‘배’는 ‘원앙새’, ‘오리’ 등으로 변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변용 사례들은, 원형인 ‘물’ 및 ‘배’와 전자의 사례들은 모두 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후자의 사례들은 모두 물 위에 떠다니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시어나 의미의 측면에서 원형과의 차이가 크지 않은 ‘범주 내적 변용’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 ‘물-배’ 비유의 범주 외적 변용에 해당하는 사례로, 본고에서는 서정주의 와 및 장석남의 를 살펴보았다. 와 에서는 공히 “물”과 “바람”이 남녀 관계에 대한 비유로 활용되고 있으나, 전자에서 “물ㅅ살”과 “바람”의 원관념이 문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것과 달리 후자에서는 “강물”과 “바람”이 뜻하는 바가 ‘이도령과 춘향의 사랑’이라는 점이 후속 행에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후자를 통해서 보면 에서의 “물ㅅ살”과 “바람” 또한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석남의 에서는 ‘물-배’ 비유의 ‘물’이 ‘마당’이라는 보다 삶과 밀착된 공간으로 바뀌고, 그와 함께 두 시어의 조합이 가리키는 ‘사랑’의 의미 또한 개인적 애욕의 차원을 넘어서서 인생과 세계를 조망하는 차원으로 확장·성숙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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