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엘리자베스 파렌(Elizabeth Farren, 1762-1829)은 18세기 말 영국의 연극무대를 풍미했던 대표적 희극 여배우이다. 본고는 제4대 영국 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 원장을 역임했던 초상화가 토마스 로렌스(Thomas Lawrence, 1769-1830)가 더비백작(Earl of Derby, 1752-1834)의 주문을 받아 1790년 완성한 파렌의 초상화를 집중적인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어려서부터 초상화에 특출한 재능을 보여온 로렌스가 약관 20세에 제작한 이 유화는 세로 238.8 cm, 가로 146.1 cm 이라는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초창기 야심작일 뿐만 아니라 현재 소장자인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초상화는 1790년 런던에서 열린 왕립미술원 정기전에 처음 출품되어 당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유럽과 미국의 다양한 전시회에서 수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에 필자는 이 초상화가 가지는 다층적인 의미를 먼저 연극을 중심으로 한 당대의 문화사적 맥락에서 살펴본 후, 이를 다시 초상화의 제작자인 로렌스, 주문자인 더비백작, 그리고 주인공인 파렌의 다양하고 굴절된 욕망의 교차로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특히 필자는 영국출신의 상징인류학자 터너(Victor Turner)가 발전시킨 ‘리미날리티(liminality)’라는 개념을 파렌 초상화 분석에 적용하여, 이 그림이 궁극적으로 재현하는 실체는 연극과 실제가 불명확한 상황속에서 평민에서 귀족으로, 여배우에서 귀부인으로 변화해가는 파렌의 자기조작과 이에 동조한 로렌스의 욕망으로 파악한다. 저항할 수 없는 그녀의 고혹적 미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녀의 푸른 눈길은 바로 이러한 리미날리티가 함축하는 희망과 동경, 그리고 이루어질 수도 혹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로렌스와 파렌, 더비백작의 뒤틀리고 꿈틀거리는 복합적인 욕망을 배태하고 있다. 결국 이 그림은 한 유명 여배우의 단순한 초상화가 아닌 18세기 말 영국의 화단과 연극무대, 그리고 귀족사회를 관통하는 문화정치의 변증법이 고스란히 담긴 욕망의 화석이다.

Full Text
Paper version not known

Talk to us

Join us for a 30 min session where you can share your feedback and ask us any queries you have

Schedule a call

Disclaimer: All third-party content on this website/platform is and will remain the property of their respective owners and is provided on "as is" basis without any warranties, express or implied. Use of third-party content does not indicate any affiliation, sponsorship with or endorsement by them. Any references to third-party content is to identify the corresponding services and shall be considered fair use under The Copyright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