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전시가에 나타난 온전하지 못한 몸의 사례와 연관된 시적 화자의 마주보기를 통해 질병, 장애, 사고 등의 소재와 관련된 기원과 내면 성찰의 방식을 조명하고자 한다. 8세기 중반 경덕왕대의 <도천수관음가>는 눈먼 어린이와 관음보살의 마주보기를 통해 자비와 회향의 과정을 묘사하였으며, 개안한 어린이가 다른 중생들을 마주하며 이 회향이 확산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고려속요 <처용가>는 처용이 열병신을 마주 보며 자신의 인격적 원만함을 통해 그를 감화시켰다. 그러나 또 다른 적대적 서술자가 열병신을 마주 보며 저주와 ‘머즌말’을 하면서 입체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속요 <처용가>는 향가와는 달리 병에 걸린 사람이 처용의 아내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이기도 했으므로, 이렇게 열린 상황에서 병 그 자체인 열병신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이렇듯 향가와 속요의 화자들은 병과 신을 의인화한 초월적 존재로 상상하고 직접 마주 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훗날 조선 후기의 서사가사 <노처녀가>와 <덴동어미화전가> 화자는 이렇게 초월적인 존재를 마주 보지 않는다. 그 대신 장애와 결혼이라는 문제에 휘말린 자신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마주 본다. <노처녀가>의 전반부에는 자신의 과거를 마주 보며 장애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는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개인적 차원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그 문제의식은 약화한다. 다른 장애인의 고통까지 공감하기에 이르지는 않았다. 한편 <덴동어미화전가>의 주인공 역시 여러 차례 사고 또는 전염병으로 남편을 잃고, 인생의 꽃에 해당하는 자식도 화상을 입는 파국을 경험했다. 하지만 자신과 아들의 불행을 자신만의 경험으로 한정하지 않고, 청춘과부와 다른 여성들과의 연대를 통해 공감대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자신 또는 그 자식이 온전하지 못한 몸을 지닌 상태에서 신, 병,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전망 등을 마주 보면서, 각자의 시대에서 화자들은 기원과 자기 성찰의 체험을 심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