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데니 위버와 월터 윙크는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이해를 받아들였다. 지라르에 의하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희생제사를 비롯한 모든 희생제의는 희생양 메커니즘을 재연, 반복하는 대체된 폭력, 거룩한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신약성서가 보여 주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희생양 메커니즘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양 메커니즘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더 이상 희생제사로 이해될 수 없고, 희생양 메커니즘의 정체를 드러내는 승리의 십자가로 이해되어져야 한다. 위버와 윙크는 이러한 지라르의 이론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하나님께 드려지는 희생제의적 사건이 아니라 숨겨졌던 폭력의 정체를 드러내는 승리의 사건으로 이해한다. 위버와 윙크의 주장에 따르면 하나님은 죄에 대해 진노하시는 분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죄악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용서해주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따라서 우리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비폭력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지라르의 이론은 오직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얻은 결과이므로 그의 이론을 그대로 신학적으로 수용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인간의 폭력에 관한 언어를 신적인 활동에 직접적으로 전환시켜서는 안된다. 사람은 감각과 지성의 범위를 초월한 하나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담론은 결코 일의적이거나 직접적일 수 없다. 성경은 하나님이 죄에 대해 진노하시는 분이시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하여 우리 죄인과 화목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속죄에 대한 형벌대속론적 이해는 하나님께서 죄에 대해 진노하시며, 예수께서 우리를 대신해서 죽으셨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것은 거룩하신 하나님이 어떻게 죄인들을 그 자신에게 화해시킬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해 주는 유일한 견해이다. 비폭력적 십자가 이해는 이 주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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