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극단적 발언(extreme speech)을 모욕죄를 통해 규제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체계와 부합하는 것인지 문제제기한다. 극단적 발언을 당위론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거나, 경험적 근거없이 모욕죄가 발언의 자유의 위축을 비롯한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성급히 결론짓기보다는, 모욕죄 소송 국내사례들을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모욕죄가 우리 사회에 실제로 적용되는 양상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모욕죄가 우리 사회의 발언의 자유 및 공동체 예절규범에 미치는 영향과 모욕죄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담론권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탐색한다. 이 연구는 법원의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2019년 1월 1일 공개)을 통해, 2013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모욕죄 단독범인 1심 판결문 총 7,364건을 수집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표집을 통해 총 505건의 판결문을 추출했다. 이를 대상으로 경험주의 법학 방법론에 근거해 정량, 정성 분석했다. 총 505건 판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피고인과 고소인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사회적 관계, 모욕내용, 법원판결 등의 변수를 탐색하고 이 변수들간 관련성 및 교차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국내 판례분석을 통해 세 가지 주요한 경향을 발견했다. 첫째, 모욕죄 소송이 공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모욕죄 소송의 상당수가 특히 경찰관 대상 모욕이었는데, 모욕죄를 통해 결과적으로 공권력이 시민들의 발언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욕죄가 공권력에 대한 예절을 강제하는 담론권력으로 작동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둘째, 모욕죄 소송이 사회적 위계가 낮은 이의 발언의 자유를 제재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모욕죄가 사회적 약자의 저항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셋째, 욕설을 사용하거나 모르는 이를 모욕한 경우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모욕죄가 공동체 예절규범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사회의 바람직한 의사소통 양식의 정착을 위해 극단적 발언을 지양해야 하며, 극단적 발언을 쏟아내는 이들은 사회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극단적 발언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선의에서 비롯된다 하더라도, 국가가 나서서 극단적 발언을 규제하려 한다면 이는 정치적 의도에 의해 쉽사리 왜곡되고 오용될 수 있다.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을 타고 내려와 부적절한 모든 발언들을 법적 제재를 통해 해결하려는 응징과 처벌 중심적 사회를 형성시킬 위험 또한 야기한다. 나의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개인의 양심의 판단이 아닌 법적 처벌 가능성을 염려해 판단해야 하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경계심에 말하기 두려워하는 잔뜩 움츠려든 시민들을 만들어 낸다. 과격하고 더럽고 무례한 발언들, 부적절한 감정을 표현하는 극단적 발언들을 용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장점을 향유하기 위해 우리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비용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