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박완서의 「저물녘의 황홀」과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을 중심으로 노년인물이 지나온 삶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리쾨르의 이야기 정체성을 통해 살펴보았다. 「저물녘의 황홀」에서 노년여성은 육체의 쇠락으로 인한 혐오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정체성이 분열된다. 하지만 유년 시절, 중풍으로 쓰러진 할아버지를 병구완하던 화초할머니의 자기성과 화초할머니와 친할머니의 우정에 기초한 배려를 회상하면서 늙은 육체를 기꺼이 수용한다.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에서 서술자는 죽음 앞에서 의연히 스스로 세운 약속을 이행하는 남편의 자기성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한다. 또한 남편을 돌보면서 유한성이라는 인간 존재의 취약함을 깨닫고, 남은 삶을 타자와 더불어 사랑하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미래에 대한 전망과 함께 정체성을 재정립한다. 요컨대 「저물녘의 황홀」과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노년을 혐오하거나 부정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표상만을 강조하는 성공적 노화의 지배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나이듦의 양상을 직시하고 그 존재론적 의미를 추구한다. 그리하여 삶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의존성과 유한성을 문제로 만드는 지배적인 노년담론에 균열을 내면서 노년서사의 윤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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