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역사 속으로 퇴장하고 있는 이산 1세대 월남민의 정체성을 분석한 글이다. 생애사의 관점에서 비교적 소상한 행적을 알 수 있는 네 사람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분단과 근대 이행에서 그들의 활동이 법치주의와 산업화, 민주주의 사회운동, 그리고 통일운동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출신 배경과 학업, 활동 무대, 삶의 지향이 다르지만 ‘지식인’의 범주로 묶을 수 있다. 개별성으로 볼 때 이런 설정에 편차는 존재한다. 그들은 월남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으며 정체성 또한 자아의 형성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람의 행위를 설명할 때 그들의 행동이 어떤 준거에 의해 이루어졌는지, 이 준거에서 그들은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재구성했는지가 중요하다. 구술자료와 자서전, 회고록, 언론 인터뷰를 중심으로 하는 에고도큐먼트(ego-documents)를 활용해 남북한의 체제 변동과 이산, 개인의 삶에 끼친 영향에 주목해서 그들의 정체성을 구성해본다. 정체성은 일제 강점기의 어린 시절과 이북의 교육, 사회주의 체제 이행, 남한 이주와 정착과정에서 영향을 받는다. 긍정의 방식과 부정의 방식으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이북의 사회주의체제 이행에서 체험한 것과 그 이후의 북한 현실이다. 남한의 정치사회변동과 미국의 존재가 정체성 형성에 끼친 영향도 유사하다. 정체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생애 시기마다 변하며 여러 사건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변형적인 것이다. 인간은 객관적 조건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관적 인식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정체성을 재구성한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체성의 본질은 자기 결정성에 있다. 이것은 구조적 환경에 따른 행위의 결과로서 하나의 총체성을 이루는 지금의 것을 의미한다. 김태청의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상, 오동선의 경제발전과 공동체 성원으로서 의무, 유태영의 기독교 세계관과 통일운동, 김우종의 사회참여 문학과 휴머니즘은 한국 근대 지식인의 초상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들은 모두 사회와 인간에 대한 신뢰, 애정을 잃지 않았다. 김태청과 오동선은 자신들의 계급 성분 때문에 이북에서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없었다. 장래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협소했고 꿈을 펼치기에 한계가 뚜렷한 사회에서 그들은 체제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 생애에서 이런 관점은 그들이 이북을 떠나온 이후 줄곧 유사한 인식을 보여준다. 유태영과 김우종의 삶은 보편적이지 않다. 유태영 목사는 기독교 보수주의와 반공주의에서 벗어나 북한을 제대로 알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고 통일운동에 큰 역할을 한다. 그에게 정체성의 전환은 미국에 대한 입장과 신앙에 대한 태도에서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문학평론가 김우종의 일관된 친일 비판과 문학의 사회참여는 정체성을 강화하고 확장시키면서 진행된다. 서정주에 대한 비판과 윤동주에 대한 사랑은 휴머니즘의 실천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정체성의 확장을 가져오고 이런 관점에서 휴머니즘은 가장 강력하게 개인의 정체성을 강화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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