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연구는 근대 이후의 박물 개념 형성과 교과 및 학문명으로서의 박물학이 갖는 특징을 규명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였다. 본래 ‘박물’은 ‘박물군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물과 관련된 백과사전식 종합 지식을 의미하는 일상어로 쓰였던 말이다. 이 용어가 교과명이나 학술어로 쓰인 시점을 고증하기는 어려우나, 중국과 일본의 경우 19세기 중엽 이후 전통적인 명물도수학이나 본초학 대신 ‘박물’ 또는 ‘박물학’이라는 용어가 널리 번지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념 정립의 역사를 고려할 때, 근대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된 ‘박물’ 또는 ‘박물학’은 서양의 ‘자연과학(natural science)’ 또는 ‘자연사(natural history)’에 해당하는 용어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용어가 지시하는 범위가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경우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박물’이라는 용어가 널리 번지면서, 자연현상뿐만 아니라 천문, 지구 등을 포함한 개념으로 인식한 데 비해, 일본에서는 ‘동식물, 지질과 광물’ 등 자연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인 경우가 많았다. 이 용어는 한국에서도 18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는데, 근대식 학제 도입 이후에는 학문 분야의 명칭보다 교과 명칭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중등 이상의 교과에서 ‘박물’은 ‘동식물과 인간생활, 자연현상에 대한 상세한 고찰, 일상생활과 생업에 필요한 지식을 교수하는 교과’로 규정되었으며, ‘박물학’은 ‘자연물을 이용하여 인간생활에 제공하는 자료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박물학의 범위는 ‘동물학, 식물학, 광물학’을 중심으로 ‘인신 생리, 물리, 화학’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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