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주의 체제와 민주주의 체제의 첨예한 대립으로 세계를 긴장 속에 재편한 냉전은 그 무엇보다 국가 간 중요한 이해관계의 핵심에 이데올로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시켰다. 냉전 초기부터 소련 내에서 폭넓게 사용된 ‘사상전’, ‘적의 형상’과 같은 공식적 용어의 등장과 자신의 체제의 우월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지도층의 사상교육은 점차 대중들의 의식에 깊이 뿌리내렸고, 그 중요한 무기가 된 영화에서 체제수호를 위해 제시된 다양한 경고들은 이제 대중 스스로 ‘아래부터의’ 검열을 가능케 했다. 스크린에 구현되어온 긍정적 인물과 잠재적 적에 대한 규범적 모델은 이제 대중이 직접 대립구도를 판별하여, 소련 영화에 적합하지 못한 사례를 발견할 경우 해당 기관에 고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BR 본 연구에서는 냉전 초기 1946년에서 1953년 소련의 영화들을 대상으로 서구 민주주의 진영을 향한 이데올로기적 공격과 방어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고찰했다. 내부의 잠재적 적을 포함하여 폭넓은 적의 형상을 구현하는 동시에 소련 애국주의를 강조한 이 시기 영화들의 대표적 사례로는 대학자 이반 파블로프, 파멸할 음모, 비밀사명, 안녕, 미국이여!, 회색 먼지 등을 들 수 있다. 소련을 대표하는 예술영화감독들까지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한 이 영화들은 모두 소련 체제의 대중의식 조직에 전략적 무기로 적극 활용된 영화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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