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의 칸트 해석을 살피는 글이다. 칸트와 관련된 푸코의 주요한 저술 중 이 논문이 다루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우선 1961년 칸트의 『인간학』(1798)에 대한 푸코의 주석 「서설」이 있다. 푸코의 박사학위 부논문으로 제출된 「서설」은 이후 푸코가 보여 주게 될 칸트 해석의 기본적 구도를 드러내 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서설」에 보이는 푸코의 칸트 해석은 우선 내용적으로 마음의 문제에 집중한다. 푸코는 칸트의 마음을 정신의 일부로 보면서, 주체이자 대상으로 간주되는 인간이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게 해주는 인식의 가능조건으로서 마음을 바라본다. 이렇게 이해된 칸트의 마음은 이후 주어진 특정 시대와 사회에 있어서의 무의식적 상수로 간주되는 ‘구조’의 개념과 결합되면서 인식론적 장 곧 에피스테메의 개념으로 발전하는 단초가 된다. 한편 우리는 이미 1960년대 초의 푸코가 니체의 지대한 영향 아래 칸트의 사유를 인간의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사라져야 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음으로 ‘지식의 고고학’ 시기의 대표작이라 할 1966년의 『말과 사물』이 있다. 『말과 사물』의 칸트는 근대를 열어젖힌 유한성의 분석론을 창시함으로써 근대의 에피스테메, 곧 경험적·초월적 이중체로서의 인간, 역사를 가능케 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동시에 ‘근대 이후’를 사유하고자 하는 푸코에게 칸트는 사라져야 할 지난 시대의 ‘인간학적 잠’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푸코는 유럽 사유에 있어서의 언어와 인간의 양립 불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인간이 사라진 시대에 도래할 것은 언어이리라는 전망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앞서의 「서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논의의 배면에는 니체의 사유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푸코가 사망한 해인 1984년 발표된 논문 「계몽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이는 1784년 칸트가 발표한 동명의 논문에 대한 푸코의 해석으로, 이 글에서 푸코는 칸트를 현재·오늘·당대·현대성을 체계적으로 사유한 최초의 유럽철학자로 그려 낸다. 그러나 이러한 푸코 해석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은 역시 힘에의 의지 및 오늘의 문제에 관련된 니체의 계보학적 관심이다. 이러한 복잡한 논의를 통해 푸코가 의도하는 바는 칸트적 인간으로 대변되는 근대의 인간학이 새로운 시대의 언어 작용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푸코의 칸트 해석은 1961년부터 푸코가 사망하는 1984년까지 늘 이미 니체에 의해 해석된 칸트였다. 이러한 관심이 마음으로부터, 에피스테메와 권력-지식 복합체를 거쳐, 참다운 철학 행위로서의 문제화에 이르게 한 근본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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