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연구는 역사적인 자료들의 분석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인 수까르노가 자신의 정치적인 행위들과 정치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비절차적 통치정당성을 활용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정의하는 비절차적 통치정당성은 그 근원이 서구로부터 이식된 근대적 제도가 아니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전통적인 권력 개념에 기인한다. 필자는 1955년 반둥 비동맹회의 이후 기존의 근대 대의 민주주의적 정치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가졌던 수까르노의 정치적 변화, 특히 서구의 인도네시아를 향한 이른바 ‘제국주의적 위협’과 이로 인해 조성되었다고 여겨지는 정치적 위기 상황의 끊임없는 제기를 주목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독립이후 성립된 정치적 제도의 정당성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나사꼼’(NASAKOM)과 ‘교도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전통적 동남아시아의 융합적인 권력개념에 부합하는 정치제도의 등장을 옹호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민족’의 영토를 침범하는 것으로 상상되는 제국주의적 위협과 이로 인해 초래된 정치적 위기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1961년과 62년 사이에 일어난 네덜란드로부터의 서파푸아(이리안자야) 수복운동과 영국정부의 말레이시아 독립 승인 과정에서 일어난 외교 갈등을 일컫는 이른바 꼰쁘론따시(Konfrontasi)는 비절차적 통치정당성에 크게 의존했던 후기 수까르노 정권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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