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1970년대 활발한 논의와 함께 부상한 한국추상미술에 있어 ‘무위(無爲)’ 개념의 피상성을 극복하고자 한다. 이일은 한국추상미술론에서 ‘범자연주의’를 근간으로 한 현장비평을 실천했으며 박서보는 1970년대 추상회화의 정체성을 노장사상의 ‘무위’ 개념과 강하게 결부시켰다. 이일의 ‘범자연주의’와 박서보의 ‘무위’는 ‘반복’, ‘순수행위’, ‘탈물질성,’ ‘중성구조,’ ‘작가의 부재’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지체에 무위자연의 무한성의 공간을 창조하는 한국 고유의 정신성 성취로 전개된다. 그러나 회화작품 제작을 위해 작가는 반드시 매체를 가지고 행위한다. 그러므로 ‘무위’ 개념은 정확히 말해 ‘무위성(無爲性)의 환영’의 성취로 이해해야 한다. 이 ‘무위성’의 성취는 지지체 위에 행해진 수많은 작가의 행위를 감추고 마치 행위가 없었던 듯 환영의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작위와 무위의 역설’이라는 관계에서 한국추상미술의 주요 개념을 분석한다. 저자는 우선 박서보의 작업과 잭슨 폴록, 아그네스 마틴의 작업을 비교하며 ‘무위’와 ‘물아일체’의 자연관이 한국추상미술의 고유성을 담보하는지를 묻는다. ‘무위’ 개념은 ‘중성구조론’의 전개로 이어지고, 이는 서양과는 다른 정신성의 아우라를 풍기는 한국 특유의 회화적 ‘탈물질성’을 성취한다는 주장에 이르는데, 저자는 이를 작위와 무위, 물질성과 탈물질성, 작가의 부재와 정신적 자유의 성취라는 역설적 관계에서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자연관을 이분법적으로 강조한 ‘범자연주의’와 ‘무위론’이 펼친 ‘동아시아의 자연관이 서양의 자연관마저도 융합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살피고, 이것이 한국추상미술 고유의 특성이 되기 위해 나아갈 바를 묻는다.

Full Text
Published version (Free)

Talk to us

Join us for a 30 min session where you can share your feedback and ask us any queries you have

Schedule a c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