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청동기시대 옹관묘는 일찍이 ‘송국리형묘제’의 범주에 포함되어 청동기시대 중기의 묘제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동기시대 ‘전기 옹관묘’의 존재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소위 ‘전기 옹관묘’로 규정된 바 있는 옹관묘의 사례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시도하였다. 제Ⅱ장에서는 먼저 ‘전기 옹관묘’로 규정된 바 있는 옹관묘 출토 유적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특히 토기의 형태에만 초점을 맞춘 그간의 시각에서 벗어나 옹관묘의 공반 유구에 대해 자세히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토기형태를 제외하고는 ‘전기 옹관묘’를 청동기시대 전기 무덤으로 비정할만한 근거가 마땅히 없음을 확인하였고, 그 결과 ‘전기 옹관묘’를 청동기시대 전기의 문화 요소가 잔존해 있는 청동기시대 중기의 무덤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제Ⅲ장에서는 청동기시대 중기의 고고학적 맥락에서 보이는 전기적 토기 요소의 존속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전기 옹관묘’가 분포하는 호남지역에서는 공열토기와 구순각목토기가 중기까지 존속하는 반면, 이중구연토기는 청동기시대 중기에 들어와 대체로 단절된 것으로 파악하였다. 한편, ‘전기 옹관묘’에 주로 사용된 직립구연호의 경우, 호남지역에서는 송국리형주거지의 수용 이후에도 사용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다만, 직립구연호가 청동기시대 전기에 옥내 저장을 담당했던 저장용기인 만큼, 식량저장체계의 혁신적 변화가 일어난 청동기시대 중기에 들어와서 그것이 지속적으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청동기시대 중기의 고고학적 맥락에서 등장하는 직립구연호가 전세품일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마지막으로 제Ⅳ장에서는 ‘전세품’(傳世品)에 관한 서양 고고학의 논의를 살펴봄으로써 ‘전세’ 현상의 실체에 대해 접근하였다. 특히 특정 유물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유난히 오랜 기간 보유되어 그것의 ‘예상되는 시간적 맥락’에서 일탈한 경우를 넓은 의미에서의 ‘전세품’으로 규정하였다. 아울러 저장용 토기와 같은 평범한 유물도 전세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특히 청동기시대 전기의 직립구연호가 실제로 2~3세대에 걸쳐 사용될 수 있었음을 토기 수명에 관한 민족지조사의 연구사례들을 통해 예증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전기 옹관묘’에 대한 재검토를 시도하고, 또한 고고학 자료의 ‘전세’ 양상에 대한 해석적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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