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김억의 『오뇌(懊惱)의 무도(舞蹈)』의 습유편에 해당하는 「오뇌의 무도」장과 「소곡(小曲)」장에 수록된 프랑스 현대시 번역의 함의를 조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습유편에 수록된 김억의 프랑스 시 번역은 호리구치 다이가쿠(堀口大學, 1892~1981)의 『어제의 꽃(昨日の花)』(1918)을 비롯한 일본어 번역시 사화집들을 저본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특히 호리구치 다이가쿠의 번역시 사화집은 『오뇌의 무도』의 「 르몬의 시(詩)」, 「싸멘의 시(詩)」장의 중심 저본이기도 했거니와, 『오뇌의 무도』 전편에 걸쳐 중요한 저본이었다. 김억은 호리구치 다이가쿠 등의 일본어 번역시들을 사실상 고쳐 쓰다시피 하는 의미역의 방식으로 중역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번역시 사화집들을 통해 프랑스 현대시의 성좌도(星座圖, planisphere)를 새롭게 그려냈다. 특히 그 가운데 일본의 와카(和歌)를 둘러싼 프랑스와 일본 사이의 문화교류, 프랑스의 자포니슴(Japonisme)과 그 일본소개의 맥락이 잔상으로 남았다. 또 이러한 김억의 『오뇌의 무도』은 제국 일본의 프랑스 심취가 식민지 조선에서 중역을 통해 재현된 사정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김억의 『오뇌의 무도󰡕와 프랑스 현대시의 중역이란 제국 일본에 의해 매개된 세계문학의 중심인 프랑스에 대한 욕망, 식민지적 모방의 소산이다. 이로써 김억은 『오뇌의 무도』와 중역을 통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서 프랑스 시와 그 위상, 준주변부로서 제국 일본이 그려낸 프랑스 시의 성좌도에 새로움을 기입할 뿐만 아니라 혼종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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