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IMF 사태 이후 한국 개신교 공간에서 등장한 번영복음이 개신교의 복지의식과 실천에 어떠한 영향과 효과를 미쳤는가를 규명한다.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가 등장하면서 전 사회적 차원에서 자기계발이 권장되고 개신교 공간에서는 ‘신비적 자기계발’에 속하는 번영복음이 부상하였다. 번영복음을 운반한 대표적인 자기계발 서적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야베스의 기도》, 《긍정의 힘》, 《4차원 영성》, 《왕의 재정》이다. 《아베스의 기도》는 ‘야베스의 기도’를 일종의 주문처럼 활용하여 부와 사회적 성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고, 《긍정의 힘》은 긍정 이데올로기를 통한 현세적 욕망 실현의 길을 제시하며, 《4차원 영성》은 생각, 믿음, 꿈, 말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자기계발의 테크놀로지를 통해 건강과 부를 얻는 방법을 가르치고, 《왕의 재정》은 ‘배가의 법칙’을 활용하여 ‘거룩한 부자(성부)’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텍스트다. IMF 사태 이후 한국 보수 개신교는 다양한 형태의 구제사업과 봉사활동에 참여하였지만 시혜적 차원의 자선사업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러한 구제사업과 활동이 시혜적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만드는 배후에는 번영복음이 주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번영복음은 IMF 사태에 의해 초래된 대규모 실업과 빈곤, 양극화의 심화, 노숙자와 자살률의 급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사회적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번영복음은 사회적 위기와 고통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구조적 차원에서 모색하기보다는 개인의 책임과 능력에서 찾는다. 요컨대 각자도생의 논리를 취하는 것이다. 주술적 기도나 시각화 작업과 같은 ‘신비적’ 자기계발의 테크놀로지를 통한 심리적 차원의 해결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개인적 차원의 부의 축적과 성공을 위해 신비적 자기계발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번영복음의 길’과 연대성의 원리에 근거하여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사회복지의 길’은 양립하기 어렵다. 번영복음은 사회복지의 대립물이자 장애물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민간복지의 선두 주자로 간주되어 오면서도 시혜적 차원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 개신교가 연대성의 원리에 기초한 사회복지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번영복음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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