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박완서 『도시의 흉년』은 1970년대 박완서 소설세계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해방전후, 한국전쟁, 그리고 산업화를 연결지으며 통시적인 연결고리 속에서 한국적 근대와 성장 이데올로기의 정체성을 비판적 시선으로 그려내면서도 산업화 시대의 경제문제와 함께 정치권력과의 결탁과 그 문제를 표상해낸다. 그러한 문제는 ‘우리집’의 공간적 특성으로 형상화되고 있는데, 이는 1인칭 주인공 화자 ‘지수연’의 시선과 서술로 매개되어 잘 나타난다.<BR> 우선 지수연의 시선에 비친, 서울의 돈암동에 홀로 우뚝 선 우리집은 물질적으로는 부족할 것 없이 풍요롭지만 정신적 가치가 비어있다. 『도시의 흉년』에서 우리집의 비어있음은 그 역사적 기원이 있는데, 한국전쟁이 결정적인 계기로서 그 무렵 김복실 여사의 빈집 도둑질이 바로 ‘우리집’을 가능하게 한 원인인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70년대의 우리집 역시 도둑질의 대상이 돼버리고 만다. 궁극적으로 비어있음이 우리집의 본질이고 또 그러한 상황에 도달하는 것이 우리집의 운명인 셈이다. 다음으로 우리집에 대한 지수연의 역할과 관련하여 검토해보면, 우리집은 고립되어있지만 동시에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는 모순적 종합을 보인다. 이는 지수연의 성격화와 관련이 깊은데, 그녀는 홀로 외로우면서도 또 주변 인물들과의 연결책이 되어 온갖 사건의 주동자가 되기도 하고 깊은 관찰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 결과 그녀는 우리집이 주변의 여러 공간과 맺는 관계성을 이룩하고 또 상호모순적인 양가성을 종합해낸다. 마지막으로 지수연은 매우 오랜 기간 살아온 우리집에 대한 장소애가 없거나 장소애를 버리려고 하지만 또한 장소애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를 보면 지수연에게 우리집의 공간적 성격이란 궁극적으로 탈장소적 정체성과 장소애적 주체성이 혼융된 상태라 정리할 수 있다.<BR> 이 작품에서 한국적 근대에 서린 정치경제학적 욕망의 역사적 전개와 그것을 공간화한 우리집은 흉년(凶年)으로 표상된다. 그러한 우리집의 공간성을 온몸으로 매개하는 지수연은 구주현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모순된 마음의 혼란에 대한 돌파구를 예술적 자유에서 찾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바로 그러한 측면에서 이 작품은 70년대 개발독재 시대의 닫힌 상황을 돌파해나가려는 미적 열정을 구현함으로써 주체 모색의 정치성을 형상화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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