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해방 후 사회주의체제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목표로 했던 북한에서는 새로운 소련식 ‘당-국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이 체제를 확립시킨 레닌의 저술과 사상의 체계적인 번역 수용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이를 통해 신국가의 주도 집단으로서의 간부층에 대한 정치교육을 실시하고 일반 대중에게 사회주의사상을 보급하여 새로운 집단정체성을 가진 정치적 주체로서 조직화하고자 했다.<BR> 하지만, 식민지 시기부터 축적된 레닌 저작의 번역, 소개의 역사적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사회로부터 사회주의사상을 본격적으로 번역 수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방 초기 남북한 모두에서 이것이 신속히 실행될 수 있었던 것은, 모스크바의 외국로동자출판사 및 외국문서적출판부에서 1930년대부터 체계적으로 추진해온 마르크스 ․ 레닌주의 원전의 한글판 번역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외국로동자출판사 및 외국문서적출판부의 역사를 러시아 RGASPI의 아카이브 문서를 통해 밝히는 한편, 미군노획문서에서 확인되는 레닌 저작들을 활용하여 외국문서적출판부판과 북한의 로동당출판부판의 계통과 표기법 및 구성을 비교하여 해방 초기 북한에서 레닌 사상 번역 수용의 특징을 밝혔다.<BR> 그 결과, 소련의 한글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도입하면서 시작된 레닌의 수용은 점차 북한사회의 시대적 요구에 따라 독자적으로 기획된 역서를 간행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어 갔음을 알 수 있었다. 해방 초기 레닌 저작의 수용에는 1920년대부터 일역본의 중역을 통해 정착된 ‘고도의 지식문화’로서의 지식인 엘리트 위주의 국한문혼용체 번역과, 원문을 직접 번역한 소련의 외국문서적출판부의 한글판으로 대표되는 대중성, 인민성이 중시된 순한글체 번역이 혼재되어 있었다. 1950년대에 북한에서는 한글 전용의 『레닌 전집』이 간행되어, 정전화를 위한 국한문혼용체와 대중화를 위한 한글 전용의 이중적 표기체계가 통일되는데, 그 언어정책의 급격한 전환의 모델로서 외국문서적출판부 한글판은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Full Text
Published version (Free)

Talk to us

Join us for a 30 min session where you can share your feedback and ask us any queries you have

Schedule a c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