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회화가 대단히 오랜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쳐 매우 풍부한 조형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독특한 조형 체계라는 점은 공히 인정하는 바이다. 각 대학에서 전통회화의 입문을 수묵에 대한 학습을 기초로 삼는 것은 바로 수묵이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는 인식의 반영일 것이다. 전통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자양분을 수혈함으로써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것 역시 당연한 말이다. 이러한 변화에 있어 변화하여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호흡하고, 불변의 가치를 확보함으로써 정체성을 견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BR> 이러한 전통의 학습에 있어 긍정적인 가치를 가진 것과 부정적인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전통 속에 있는 생명 요인을 충분히 긍정하여 그로 하여금 새로운 자태로 새로운 시대에 진입시킴으로써 현대 생활에 적극적이고 유익한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전통 재발견의 긍정적인 가치일 것이다.<BR> 그러나 교육 현실에서 나타나는 수묵화 교육은 적잖은 모순과 불합리로 점철되어 있다. 동양회화 전통에 대한 곡해와 이의 무분별한 수용과 시행, 그리고 형식과 내용의 불일치 등은 일견 말단지엽적인 문제로 여겨질지 모르나 그 결과는 자못 심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이론과 실천이라는 면에서 볼 때도 심각한 괴리를 야기하는 것으로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BR>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동양회화의 본질과 특질, 그리고 그 현대적 의미와 가능성을 모색하고 궁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대학교육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묵화를 통한 전통회화에의 입문과 학습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면이 있다. 더욱이 그 내용이 본질에 대한 심각한 곡해와 모순으로 점철된 것이라면 이는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19세기적 가치를 20세기의 교육 체제에서 21세기의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은 어쩌면 현행 대학에서의 수묵화 교육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는 따가운 질책일 것이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