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북한의 지하리-평산 간 철도(청년이천선의 1차 완성 구 간)의 부설(1959)과 관련된 북한의 선전물, 특히 이 노선의 건설을 소재로 한 이기영의 소설 『붉은 수첩』(1961)을 분석하여 천리마운동 시기 북한에서 주인-노예 변증법이 어떻게 변용되었는가를 규명한다. 헤겔의 주인-노예 변증법은 계급투쟁과 민족해방전쟁의 주요한 서 사였다. 이 주인-노예 변증법은 프롤레타리아나 농민, 혹은 피압박 민족이 노예와도 같은 속박과 압제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주인 되는 체제를 건설한다는 내용으로 독해되었다. 하지만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 의국가들의 경우, 혁명과 전쟁이 종료되고 사회주의 체제가 수립되었을 때, 이 주인-노예 변증법은 비유적으로 독해되기도 했다. 이 비유적 독해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노동자가 자기 안의 노예 상태를 극복하 고 할당된 작업량을 초과 달성한다는 개체발생적(ontogenetic) 독해 가 한 형태이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노예와도 같았던 인간이 자연개조에 성공한다는 인간중심주의적(anthropocentric) 독해가 또 다른 형태 이다. 이 연구는 이 주인-노예 변증법의 두 가지 비유적 독해방식 중 특히 후자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이 글은 북한 천리마 시대 청년 주체가 어떻게 주인-노예 변증법의 인간중심주의적 변용을 통해 탄생할 수 있었는지를 이기영의 『붉은 수첩』등 문학작품과 『로동신문』, 『민주조선』등에 보도된 기사 등을 분석해 밝혀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