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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따르기와 일목요연한 묘사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문법적 탐구에서 일목요연한 묘사가 근본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철학적 문제는 언어적 오해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우리의 문법에 일목요연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낱말들의 사용을 일목요연하게 봄으로써 언어의 사용을 올바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해는 다름 아닌 연관들을 보는 데 있으며 그런 까닭에 중간 고리들의 발견과 발명이 중요하다. 즉, 일목요연한 묘사란 중간 고리들을 발견 또는 발명함으로써 연관들을 보는 작업을 의미하며, 그럼으로써 ‘이미 우리 눈앞에 명백히 놓여 있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그 결과 철학적 문제들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비트겐슈타인의 문법적 탐구는 언어를 수단으로 우리의 지성에 걸린 마법에 대한 투쟁이다. 가장 잘 알려진 비트겐슈타인의 문법적 탐구가 규칙 따르기 논의다. 그런데 그동안 규칙 따르기 논의는 일목요연한 묘사라는 관점에 따라 연구되지는 못했다. 이 글은 비트겐슈타인이 규칙 따르기 문제를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묘사하고 있는 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규칙 따르기 논의에 대해 기존의 연구들이 주목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 글은 먼저 의미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논의와 규칙 따르기 논의가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규칙 따르기 논의를 일목요연한 묘사 개념에 따라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규칙 따르기 논의의 핵심에는 규칙 따르기의 연관을 보기 위해 비트겐슈타인이 발명한 중간 고리들에 대한 탐구가 있으며, 그러한 중간 고리의 발명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이 본 규칙 따르기의 연관은 문법적 연관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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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미발표작 「새양쥐」, 「遺産」의 여성 인물 형상화 방식

요산의 여성 인물 형상화 방식에 대한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30년대 작품은 부정적으로, 70년대 작품은 긍정적으로 가치 평가하고 있다. 이 논문은 요산의 미발표작 「새양쥐」와 「遺産」에 나타난 여성 인물 형상화 방식을 검토함으로써 기존 연구를 재고하고자 한다.BR 「새양쥐」는 1936년 12월에 쓰여진 작품으로 부부 간 갈등을 묘사하고 여성의 가출을 결말로 제시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요산의 다른 작품들에서 여성 인물이 모성적 존재로 규정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여성이 긍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동시대 남성 작가들이 여성의 가출을 부정적으로 보고있는 것과도 차이가 있다. 일찍부터 여성 인물을 능동적으로 그려내었던 요산의 태도는 훗날 구여성을 긍정하는 「수라도」나 일본군 위안부 출신 여성을 피해자로서가 아닌, 적극적인 인물로 제시한 「오끼나와에서 온 편지」의 기저가 된다.BR 한편, 「遺産」은 1964년 8월에 탈고한 작품으로 딸과 아버지 간의 대화를 통해 4월 혁명과 5ㆍ16 군사쿠데타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기에 현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당시 교수직에서 파면당하고 생존의 위기까지 겪은 요산은 이 작품을 쓰면서 무기력하고 체념적인 아버지의 입장이 아니라 현실 비판적이고 저항적인 딸의 입장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절필 기간 동안 가질 수밖에 없었던 창작 활동에 대한 내적 번민과 갈등을 끝내고 요산이 스스로의 의지를 다잡고 현실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다짐한 결과물인 것이다. 머지않은 1966년, 요산이 「모래톱 이야기」로 소위 ‘문단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에는 아버지에 대한 딸의 항변 속에 탈식민주의적 태도가 엿보이는데, 이는 훗날 「오키나와에서 온 편지」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된다.BR 「새양쥐」와 「遺産」은 모두 여성을 초점 인물로 내세울 뿐 아니라 작품의 화자를 지식인 남성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지식인 남성 화자는 「새양쥐」에서 가출한 여성을 지지하고 있으며 「遺産」에서는 신세대 여성의 현실 저항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요산은 여성을 30년대와 60년대 초에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 긍정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요산 문학에 대한 페미니즘적 접근을 재고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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