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삼국유사 제3권 탑상 제4 「낙산이대성 관음 정취 조신」 조의 원효 관음 친견기(親見記)에서 원효가 벼 베는 여인이 관음 진신이고 빨래하는 여인이 관음 진신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아보는 데 실패한 것을 두고 원효 관음 친견기를 실패담이라 규정해왔다. 원효 관음 친견기가 실패담이 된 것은 텍스트의 문장 ‘그제서야 전에 만난 성녀가 관음 진신인 것을 알았다’에서 서술어 ‘알다[知]’의 뜻을 여인들과 관음진신을 동일시하는 문자적 의미로 이해한 결과이다. 텍스트 구조의 제2차 체계 층위에서 보면 ‘알다[知]’는 문자적 의미와 는 정반대로 ‘구별하다’는 개념이 된다. 그리고 같은 층위인 텍스트 구조의 의 미작용[기호]에서 보면 ‘알다[知]’는 ‘차연(差延)하다’가 된다. 텍스트 구조에서 개념[기의] ‘구별하다’와 의미작용[기호] ‘차연하다’를 텍스트 전체 순차적 기호 체계 이해(understanding)에 적용하면 원효가 의도적으로 외부의 물자체 [벼 베는 여인, 빨래하는 여인, 청조, 소나무, 신발 한 짝들]를 관음 진신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된다. 원효가 의도적으로 그들을 관음 진신에 대한 살아있는 은유로서 그리고 흔적으로서 차연한 것이 된다. 그렇게 원효가 물자체에 대해 관음 진신을 차연한 의도는 물자체의 고유한 관음성(觀音性) 곧 고유한 타자성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도상에서 원효가 관음을 친견한 방식이다. 이것과 연관하여 원효의 관음 친견 텍스트에서 가장 문제적인 장면이 마지막 영상이다. 이 장면에서 원효는 절대적으로 큰 파도와 맞서서 그 거친 파도를 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응시에 함축된 사건성을 회복하면 원효와 파도 사이의 상호 주체성이 벌이는 심각한 갈등과 그로부터 발생한 원효의 내적인 의식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 원효의 성찰적 상상력은 외부의 파도로부터 패배하여 상처를 받고 불쾌(不快)의 감정에 빠진다. 그 실패를 계기로 그의 상상력은 내면으로 방향을 전회하며, 그 이후 이성과 인격자의 존경스러움, 그리고 초월자의 성스러움을 만나고, 이를 통해 쾌(快)의 감정을 체험한다. ‘불쾌-쾌’의 숭고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원효는 초월적 존재자 곧 관음의 참모습을 친견한다. 원효 관음 친견기는 원효의 관음 친견 실패담이 아니다. 마음 속 관음 친견 성공담이다. 마음 속 관음 친견 성공담이 갖는 의의는 ‘마음이 관음’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네 자신이 관음’이므로 ‘네 자신이 네 스스로 구원하라’는 존재론적 자기 이해의 진리를 깨우쳐 주는 데 있다. 삼국유사 제3권 탑상 제4 「낙산이대성 관음 정취 조신」 조의 원효 관음 친견기는 현재의 현재[직관]를 기준으로 볼 때, 나의 외부의 시간 곧 과거의 현재[기억]로 나아가면 타자(他者)를 만나는데 그는 관음의 은유와 흔적이며, 나의 마음 심연의 영원한 현재[기대]로 나아가면 일자(一者) 혹은 무한자 (無限者)를 만나는데 그가 곧 관음의 참모습이라는 그러한 존재론적 진리를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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