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해동역사(海東繹史)』는 조선 후기 사학자 한치윤(韓致奫)이 편찬한 역사서이다. 본고에서는 『해동역사(海東繹史)』의 전겸익(錢謙益) 저서 집록(輯錄)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전겸익 수용 방식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그간 전겸익이 조선 후기 문단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주로 문학창작과 비평, 명․청 교체 과정에서 보였던 실절(失節)문제 등 측면에서 논의 되어 왔다. 그러나 사실 조선후기 지식인들은 전겸익이 이룩한 역사학 성과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치윤이 편찬한 『해동역사』에 체현된 수록 양상들은 조선 후기 지식인들이 전겸익의 사학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사실을 증빙해주고 있다. 전겸익의 문집과 작품들은 조선에 유입된 후 널리 읽혀진 것으로 보인다. 전겸익의 문집 『초학집(初學集)』과 『유학집(有學集)』의 여러 판본과 필사본, 그리고 그의 시 혹은 문장을 뽑아 다시 묶은 자료들도 한국의 관련 장서 기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열조시집(列朝詩集)󰡕과 『두시전주(杜詩箋注)󰡕도 조선에서 유통되었으며 그가 편찬한 『간식유편(簡式類編)󰡕과 척독을 수록한 『귀전척독(歸錢尺牘)』 역시 조선에 유입되었다. 한치윤은 『해동역사』 편찬 시 『초학집』, 『유학집』, 『열조시집』 뿐만 아니라 『두시전주』에 수록된 조선 관련 기록들까지 채록하여 역사 서술에 활용하였다. 그는 전겸익의 시사관(詩史觀)을 받아들여 『열조시집』의 한시 작품과 인물 소전(小傳)의 사료적 가치성을 인정하였고 시선집 속의 소전과 한시작품을 분리하여 역사서에 수록했다. 그리고 분명한 취사선택의 기준을 지키면서도 조선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서술이나 사실과 맞지 않는 기록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부분적으로 선택하거나 아예 배제시켰다. 『해동역사』에는 한치윤이 자신만의 기준과 융통성을 발휘한 흔적이 남아 있어 실로 조선후기 한 역사학자의 고뇌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학적 시각에서 학구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한치윤의 전겸익 수용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시사관을 수용하고 또 자기화,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한치윤의 역사가로서의 식견과 역량이 잘 드러난다. 그는 기타 조선 문인들과는 달리 전겸익의 행적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 이는 조선후기 전겸익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었던 상황에서 객관적이고 철저한 학문적 수용만을 견지하려고 했던 한치윤의 원칙과 노력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한치윤의 전겸익 수용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조선후기 문학과 학술의 다양성을 입증하고 조선후기 지성사 연구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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