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1900-1910년대 수학여행의 형성 계기, 수학여행의 정착 과정을 살피고, 학생들의 기행문을 분석한다. 근대 초기 조선의 수학여행은 학교의 제도화, 여행 담론의 출현, 근대적 관광 상품의 개발과 확산 과정 속에서 연례화된다. 수학여행은 계몽이라는 사회적 당위와 여행에 대한 개인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에 놓여있다. 또한, 통감부나 조선총독부가 개입하면서 여행이라는 사적영역은 공적 행위로 편입된다. 수학여행은 교육 제도 및 국토 개발 등의 자본 권력에 의지하면서도 일본에서 유입된 국가주의를 민족주의로 변용하고 내면화하는 데에 활용된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사들과 수학여행이라는 문화현상에 주목한 기자들의 발 언, 학생의 기행문은 수학여행을 재생산하는 효과를 낳는다. 근대 초기 여행 담론에는 수학여행을 사마천의 답사에 비유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학보, 신문, 교지에 실린 학생들의 기행문은 수학여행의 공공성과 여행지의 전형적 이미지를 반영 하는 동시에, 감정기억을 통해 공공의 지식으로 환원될 수 없는 균열의 지점을 보여준다. 조선 학생들은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여행지에서 추체험하며 현재를 응시하고, 과거와 미래의 조선까지 상상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므로 근대 초기 수학여행과 관광의 기록은 신조선을 이끌어갈 주체로 학생을 부각하고, 조선의 역사를 과거의 사건으로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완의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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