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2016년 전집이 출간된 70대의 중견작가 윤후명 문학은 시, 소설, 수필 등 방대하고 다양한 축적에 비해 연구가 미흡한 편이다. 중년남성이 떠돌다가 여행지에서 만난 인물, 사건과 접속하고 생성하는 그의 소설은 상징과 비유, 이미지, 심상 등을 소설미학적으로 엮어내어 시적이고 낭만적인 특징을 지닌다. 윤후명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이수문학상 수상작인 나비의 전설은 세 번의 여행을 통해 현재와 과거, 시간과 공간, 현실과 환상,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해체하며 유목적 사유가 드러난다. 수첩과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국민이 되기 위한 ‘증’을 발급받기 위해 면사무소를 방문하던 중 나비떼의 출몰을 목격한다. 일 년 후 재방문한 여행지에서 만난 고아소녀는 나비를 연상케 하고, 몽골여행 중 만난 소녀로 이어진다. 여행자는 나비, 소녀, 말, 전설속의 앙가라, 한민족으로 이어지는 만인되기를 통해 타성과 관성에 맞서 기성의 질서와 제도, 관습에서 벗어난다. 나비는 음식점 소녀와 동일시되며 몽골소녀와 하나가 되어 자기 자신에 이른다. 작중인물은 신분증을 상실한 주인공, 고아를 입양한 음식점 주인, 과거의 기록이 부재한 고아소녀, 몽골소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앙가라 딸 등 정체성을 갖지 못했거나 현실적응에 실패한 타자들이다. 나비는 영혼, 자유, 비상, 유동성, 변신, 생성 등을 상징하며, 소녀는 특정한 성에 속하지 않는 사이 존재로 비주류이자 대표적 타자인 여성되기와 연관된다. 장자의 나비의 꿈에서의 무아, 불교의 윤회와 환생은 유목적 사유와 일맥상통되는 주제의식에 동원되는 담론들이다. 세 번의 여행에서 시간은 하나의 공간으로 귀속되며 작가의 의식이 반영된 매끈한 공간이 여행지로 선택된다. 골짜기, 사원, 사막은 일상생활 혹은 국가권력과 유리되어 유목적 사유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소설은 국가, 가부장, 기존질서가 형성한 위계적이고 억압적인 것들을 표상하는 거주지인 서울, 면사무소와 유목적 사유와 클리나멘적 삶이 제시되는 여행지인 사원과 사막을 배경으로 트랜스내셔널 징후가 나타난다. 현실도피 내지 자아탐색으로 읽혀온 윤후명 문학은 두 공간에서 파생되는 삶들이 서로 혼합되며 교통하고 중첩되고 있음을 나타내며 타자와의 연대 및 공존을 지향하고 있다. 철학적이고 실존적인 문제의식을 환상적이고 비의적으로 그린 나비의 전설은 2000년대 문학의 한 경향과 윤후명 문학의 특질이 드러나고 있다.

Full Text
Published version (Free)

Talk to us

Join us for a 30 min session where you can share your feedback and ask us any queries you have

Schedule a c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