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다산과 주희는 모두 맹자의 성선설을 계승한 유학자임을 자처하지만 그 성이 무엇이냐 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간 안에 도덕성이 있음에는 같은 입장이나 그것이 완성태로 있느냐 아니면 가능태로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상이 전개되고 있 다. 주희는 인간의 본성은 온전히 선하나 기질의 청탁여부에 따라 그것을 구현하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주희가 결정론적인 윤리론을 펼치는 것 같으나 유학자에게 있 어 타고난 기질은 수양을 통한 변화의 대상이며, 노력여부에 따라 누구나 본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점에서 결정론적인 논의를 피한다. 한편 주어진 기질에 따라 노력해야 하는 양과 질에도 차이가 난다는 점은 주희의 윤리론을 약한 결정론으로 몰고 간다. 다산은 타고난 기질과 윤리적 실천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한다. 기질은 언변과 이익을 계산하고 기교를 부리는 데에 국한될 뿐, 요순이나 필부나 도덕적 선택의 순간에는 모두 동일한 조건을 갖는다. 만일 타고난 기질이 도덕 실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인간에게 공죄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질의 영향을 인정하는 주희의 윤리론을 결정론으로 정의할 수 없듯, 자유 결 정을 강조하는 다산의 윤리론 역시 실존철학의 맥락으로 해명하기 어렵다. 다산의 인간 은 독립적인 실존이라기보다는 천명을 받아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자주적으로 노력하는 인간에 가깝다. 이 자주적 노력 그 자체가 인의예지의 실현이기는 하나, 그것이 온전히 사 회적인 결실을 맺는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실존철학이기 보다는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으로 압축되는 전통 유학적 도덕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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