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련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 1961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교육이 경제부흥에 효과가 있다는 교육 사회학자들의 믿음이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자, 이 기구는 빠르게 교육정책을 토론하는 국제사회의 장으로 거듭났다. 민주적이고 평등하며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자유진영의 구축이라는 미국의 냉전 전략에 공명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지도자들은 교육 정책에 관한 연구 사업을 이끌고 각국의 고등교육을 확장하는 교육개혁에 대해 자문했다. 많은 정부가 이 국제기구의 지도력을 활용하여 자국의 고등교육 팽창정책을 옹호했고, 1964년 가입한 일본 정부는 1970년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교육조사관을 초빙하여 자국의 교육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받고, 그해 말 이 기구의 본부가 있는 파리에 문부성 관료들을 일본대표단을 파견, 일본의 교육노선에 관한 토론을 벌였다. 그런데 이 협력이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일본 교육제도의 성취와 한계를 둘러싸고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교육조사관들과 일본 문부성의 관료들이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교육전문가들이 일본 교육을 평가할 때, 그들은 일본 대학들의 견고한 위계서열, 특히 도쿄대학을 비롯한 입시경쟁의 상위에 있는 국립대학의 패권적 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일본의 문부관료들은 대학서열을 무너뜨리는 데 의욕을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을 위해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꿔 말하면, 일본의 관료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와의 교류를 통해 자신들이 필요로하는 의제, 즉 경제발전을 위해 교육을 확대하는 의제는 자신들의 고등교육 확대를 추구하는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원용하면서도, 고등교육기관의 위계서열을 완화하라는 쓴소리에는 귀를 막았던 것이다. 이 논문은 일본의 문부관료가 경제협력개발기구라는 국제기구의 권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책을 정당화하면서도, 그 교육조사관들의 평등교육에 대한 요구는 외면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 연구를 통해 필자는 국제기구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나라들도 이 국제협력을 통해 기회를 찾았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1970년 당시 세계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첨예하게 나타난 대학의 서열화라는 문제를 거론하던 서구 교육조사관들의 비서구 국가에 대한 편견과 1960년대 경제호황과 늘어나는 교육기회에 가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일본 문부관료의 오만을 투시함으로써, 당시 이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 구성원들의 토론이 남긴 성취와 한계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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