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리처드 3세는 도덕적으로는 혐오스럽지만 극적인 관점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리처드 3세』의 정확한 해석과 평가를 교란시키는 원인이다. 『리처드 3세』에 대해 채택되는 비평적 관점이 일반적으로 리처드의 특이한 이중성을 해명하는데 혼선에 빠지기 때문이다. 본고는 리처드의 이중성을 우선 언어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리처드 3세』에서 베일에 가려진 리처드의 실체를 접근하는 데 주목할 만한 언어단위는 바로 셰익스피어 자신도 그것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미묘한 혼선을 빚고 있는 동사 “to dissemble”이다. 이동사는 셰익스피어가 작품 활동을 하던 당시를 전후해서 흥미로운 변화를 겪은 것처럼 보인다. 이 당시에 “dissemble”이 원래 타동사적 용법에서 자동사적용법으로 전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나 바깥의 대상을 모방한다는 의미의 “dissemble”은 타동사적으로 이해할 때 숨김과 모방의 대상이 밝혀지는 순간, 숨기는 행위가 종결되는 한편 더 이상의 가식적인 행위는 무의미해진다. 그런데 이차적으로 “dissemble”을 자동사적으로 이해하면 숨김과 모방의 대상은 ‘나’와 타자 모두한데 결코 그 베일이 걷히지 않는다. 동사 “dis-semble”에서 접두사 “dis-”는 부정의 뜻 이외에 “apart-, asunder”의 뜻도 갖고 있듯이 주체가 사실상 속으로 숨기고 겉으로 모방(-sembler)하는 대상으로부터 자신의 내면을 ‘분리’시키는 행위가 지속되는 경우에만 “dissemble”의 의미가 역설적으로 온전하게 성립하는 것이다. 『리처드 3세』에서 리처드가 겉으로 모방하는 대상은 기독교적 자아이고 속으로 숨기는 의도는 이상적 자아에 대한 욕망이다. 리처드는 겉으로 기독교적 자아를 모방하면서 내면적으로는 모방된 자아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킴으로써 기독교의 강압적 이념에 대한 관중의 반감을 유도하거나 대리적으로 배출시킨다. 다른 한편 신체적으로 기형적인 리처드의 이상적 자아에 대한 욕망은 “태양”(sun), “거울”(mirror), “그림자”(shadow) 등의 기표를 통해 변증법적으로 형상화된다. 이는 단순한 정신분석학적 범주를 넘어 가는 바, 영국 르네상스기 자아의 저항성을 허구적인 차원에서 재현하는 모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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