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현재 우리의 문제는 ‘우리 자신이 누구여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즉 정체성의 실종에 기인한다. 그것은 역사에 대한 무관심과 역사의식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책무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이다. 따라서 그 해답의 단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작동한 역사의 합리적, 비합리적 동기이며, 그 중 비합리적 동기로서 책무의식의 코드를 찾는 것도 방편일 것이다. 그럴 경우 한국의 정치문화에서 책무의식과 완수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체제보수(保守)와 혁신(革新)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코드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선 고려-조선의 왕조교체기 최영, 정몽주는 죽음을 통해 체제보수의 책무(責務)이행을 보여준 사례이며, 그들의 죽음을 통한 책무완수는 공적 가치와 영역의 보존을 위한 공정무사함이 박덕(薄德)으로 비쳐진 결과에 기인한다. 다음으로 체제보수를 위한 책무이행이 개인의 사적 영달과 부합하는 양상을 보여준 조준, 신숙주는 체제혁신 또는 변동을 요구했던 반대편에 의해 사적 영달에 대한 비판으로 박덕함을 지적받지만, 그들의 공적 선명성을 공정무사함으로 증명한 사례를 거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체제혁신 또는 권위의 도전을 책무이행으로 자임한 정도전, 사육신 역시 그들 자신의 책무이행을 위한 공정무사함을 보여주지만, 죽음으로 종결되는 과정에서 사적 동기와 영달에 대한 의심으로 패배의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무사한 책무이행자들의 공통점은 사적 동기로 비쳐지는 박덕함으로 인해 결과의 성패 여부에 따라 평가받는 것일 뿐, 그들 모두가 책무완수를 위해 공정무사함을 유지하려는 염치를 보여주었다는 사실로부터 현재 한국 정치지형에서 요구되는 덕목의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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