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포스트휴먼 담론의 등장으로 인문학을 비롯한 학문 전 영역에서 종래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다시 보기가 활성화되고 있다. 새로운 담론은 현상에 대한 지시나 해석뿐 아니라, 기존의 세계관이나 인간관에 대한 변화를 함축하고 견인한다. 따라서 새로운 담론을 토대로 하여 새로운 시각이나 접근 방법에 대한 모색은 고전문학 연구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이다. 본 논의에서는 고전서사에 자주 등장하는 비인간적 존재이면서 인간 존재의 가치와 성격을 잘 드러내는 ‘원귀(冤鬼)’를 대상으로 새롭게 인물 읽기를 시도하였다. 서사의 기호적 주체를 중심으로 보면, 원귀 서사는 여성이 원한을 갖게 되고, 원귀가 되어 원한을 푸는 구조로 되어 있다. 전반부 서사에서 여성은 행위 주체가 되지 못하고 상태 주체에 머무는데, 이후 원귀가 되어 서사의 과업을 수행하는 행위 주체로 바뀐다. 서사의 세계에서 기호적 존재로서 주체의 행로는 ‘잠재화’ 양태에서 ‘현동화’ 양태를 거쳐 ‘실현화’ 양태로 이어지는데, 원귀는 인간에서 원귀로 변함에 따라 이 과정에 새로운 ‘가능화’ 양태의 단계를 마련한다. 원귀는 이제 주어진 세계 질서 속에서 제한되었던 행위의 범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과업을 수행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주체의 이런 변화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인간 존엄성이나 사랑의 실현과 같은 기본적인 욕망이 부정되는 현실 세계에 대한 분노의 표출에 근거한다. 정념의 주체로서 원귀는 현실 세계에서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와 무엇이 보충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바로 이 점을 통해 원귀에 대한 새로운 읽기는 세계를 대변하고 그것의 질서를 부여하는 인간에 대한 성찰의 요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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