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1980년대의 폭압적인 시대 상황을 일종의 하위 텍스트(subtext)로 하여, 1980년대에 발표되었지만 아직까지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김정환의 연작시 『황색예수』에 나타난 유토피아적 충동과 그 사회적 상징행위로서의 상징화 양상을 탐구하는 데 있다. 이는 문학 작품을 ‘사회적인 모순을 상상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보았던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의 ‘정치적 무의식’의 해석 지평을 전제로 하여 출발한 것인데, 프레드릭 제임슨은 근대 이후의 문학이란 삶에 대한 단순한 반영이 아니라 일상적 삶의 층위에서 점증하는 비인간화에 대한 총체적인 유토피아적 보상을 내포하는 상징적 행위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 바 있다. 김정환의 『황색예수』는 당대의 민중서사시가 주로 과거의 투쟁을 바탕으로 지나간 역사 속에서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당대 현실의 모순에 대면하는 고통스러운 내면의 서사와 그로부터 창출되는 유토피아적 충동을 사회적 상징화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그 특이성이 놓여 있다. 즉, 고통스러운 내면 서사로서의 연작 형식을 통해 당대의 민중 서사시와는 또 다르게 유토피아적 충동을 상징화함으로써 1980년대 장시 유형의 다양화를 보여준 것이다. 이같은 특성을 지닌 『황색예수』의 연작형식은 첫째, ‘무한한 연작 형식’을 통해 끝날 수 없는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현재화시키고, 이에 맞서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과정적 주체, 그 과정적 주체의 고통스러운 서사를 상징화한다. 둘째, ‘연속성을 지닌 불안정한 언술 형식’을 통해 대상을 동일화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 동일성의 세계가 갖는 인과적 논리의 선형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복합적으로 작동되는 상호 얽힘으로서의 세계와 ‘나’의 관계를 상징화한다. 따라서 기승전결의 선형적인 동일성의 미학을 중심으로 한 당대의 민중서사시와는 차별화된 유토피아적 공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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