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내부 권력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남북한의 체 제 경쟁이 극심해지던 시기, 북한영화 <금희와 은희의 운명>(1974)에 나타난 심상지리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금희와 은희의 운명>은 해방기 각각 남과 북으로 간 자매의 운명을 대비적으로 고찰하는 과정에서 남북한의 사회적 현실을 대조하면서, 북한영화 중 남한의 풍경을 가장 비중 있게 형상화한 작품 중 한 편이다. 영화는 근대화된 북한의 산업구조와 ‘혁명도시’ 평양의 스펙터클을 담으며, 동시에 천민자본주의로 물든 남한의 뒷골목과 후진적인 산업체계를 조 명한다. 영화 속에서 북한의 금희가 이끄는 성장드라마와 남한의 은희가 담당하는 여성수난사는 지속적으로 교차되는데, 카메라가 주력해서 담는 풍경과 별개로 정작 사회주의 국가의 관객이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는 소문으로만 접한 남 한의 타락상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비극적 이야기 구조였다. 이 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체제 경쟁에 입각해서 제작된 영화는 냉전적 세계관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그 흥행요인 및 관객의 반응과 관련해 다양하게 독해될 요소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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