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1960년대는 한국 여성들의 문학 행위에 있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였다. 근대화 및 경제발전에 의해 경제력 향상, 가옥 구조 변화, 가전제품 도입, 가족 규모 축소 등이 일어남에 따라 그간 문학 행위를 할 수 없었던 여성들도 문학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점차 가지게 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일간지, 시사지, 여성지, 라디오, TV 등의 대중매체들은 이 여성들을 상대로 담론장을 개방하였으며, 그 결과 상류층 엘리트 여성들만 가능했던 문학 행위가 대중화되었다. 도시 중산층 여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여성 독자들은 이제까지 아무도 관심 가져 재현해준 적 없었던 자신들의 일상적인 생활상에 대한 서사물들을 읽고 썼으며, ‘불안’과 ‘고독’과 같은 관념적 정서에서 사실적인 ‘생활’로 여성문학의 감성 구조를 변화해나갔다. ‘교양’ 함양을 모토로 1955년 창간된 《여원》이 1970년에 폐간되고, 1967년에 ‘실용’을 모토로 《여성동아》가 창간된 것은 이러한 사정 때문이었다. 《여성동아》는 ‘여류장편소설공모’를 통해 새로운 독자층으로 부상한 서울 중산층 여성들을 여성문학 생산자로서 ‘정식’ 자리매김하였다. 서울 중산층 가정의 20년 차 전업주부이자, 미성년 자녀가 5명 있었던 40세의 박완서가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시공간적 맥락 속에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다.<BR> 제3회 《여성동아》 여류장편소설공모 당선작이자 박완서의 첫 소설 『나목』(1970)은 전후 여류 문예적 경향을 탈피하고 ‘생활’ 감수성을 바탕으로 재구조화되고 있던 1960년대 중후반 여성서사문화 속에서 쓰인 소설로, 박완서라는 작가가 세대․계층․젠더․지역적 특성이 교차하는 담론 집단 속에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잘 나타낸다. 『나목』의 모티프가 되었던 박수근이라는 선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는, 당대의 사회적 변혁을 평범한 전업주부인 자신(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경험/해석하고 있는지 ‘생활수기’의 형식으로 의사소통하고자 했던 도시 중산층 여성 전체 분위기 속에서 박완서에게 구체적 묘사의 대상으로 떠올랐던 것이었다. 자기경험 묘사를 통한 사회적 소통의 작업을 유별히 생생하고 강렬하게 잘 할 수 있었기에 박완서는 전문적 문학 행위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박완서가 평범한 전업주부이기를 그쳤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박완서의 초기 작품 『나목』(1970)과 「한발기」(1973)가 변화하는 사회에 따른 작가 개인의 반응뿐만 아니라 당대 여성 일반의 공동의 의미를 띠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Talk to us

Join us for a 30 min session where you can share your feedback and ask us any queries you have

Schedule a call

Disclaimer: All third-party content on this website/platform is and will remain the property of their respective owners and is provided on "as is" basis without any warranties, express or implied. Use of third-party content does not indicate any affiliation, sponsorship with or endorsement by them. Any references to third-party content is to identify the corresponding services and shall be considered fair use under The Copyright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