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영화 「검은 사제들」의 성공 이후, 악령을 물리치는 구마(驅魔) 관련 영화와 텔레비전드라마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특히 OCN 드라마 「손 the guest」는 구마의 문제를 전면화한 최초의 한국 드라마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확보하며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한국 무속의 전통과 맞물려 꾸준히 등장해 온 축귀 관련 모티프의 연속선상에 있거나 영화 「엑소시스트」(1973)가 촉발한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성립 과정에서 벌어진 뒤늦은 유행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이 현상은 2010년대 이후 한국텔레비전드라마의 흐름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환상’이었다는 점과 채널 고유의 성격을 수사 드라마로 구축해 온 OCN의 다양한 시도들과도 맞닿는다 할 것이다.BR 드라마 「손 the guest」 안에서 “박일도”로 상징되는 악령의 출현과 부마 및 구마의 과정 등은 현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현실의 불의와 모순을 향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 나타난 “악”은 사회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로 재현되면서도 그것은 결국 개인 내면의 어둠으로 일반화된 채 보편적인 마음의 문제로 환원되고 있다. 결국 악령에 빙의된 자들은 약간의 면죄부를 부여받으며 부상이나 죽음 등을 통해 적절한 선에서 처벌받은 채 모든 사건들은 봉합되어 버린다.BR 한편 이 모든 살인사건들을 추동해 온 악의 기원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며 혈연 등으로 상징되는 운명 안에서 예고 없이 유전되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부조리한 삶의 조건은 개인이 악을 받아들이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악에 의한 선택은 개인의 노력으로 바뀔 수 없다는 점에서 역설적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체념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손 the guest」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한국형 엑소시즘 드라마로서의 새로운 스타일을 구축하여 텔레비전드라마사에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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