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플로리디(Luciano Floridi)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들에 기존 윤리학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인공지능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윤리학으로 “탈(脫)-인간 중심”(de-anthropocentric) 정보 윤리학(ethics of information)을 제안한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플로리디의 이러한 시도가 여전히 인간 중심적(anthropocentric)이라고 비판하거나, 또는 기존 윤리학이 구축해온 질서를 탈피하려는 그의 탈-인간 중심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이 인공지능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이론적 가치와 실천적 의미가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인간 중심적인 논의와 탈-인간 중심적인 논의 사이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이러한 가치와 의미에 주목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플로리디 정보 윤리학의 위치와 성격에 대한 논의가 우선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은 플로리디의 정보 윤리학이 탈-인간 중심 윤리를 지향하면서도 실천적으로는 인간 중심 논의로부터 시작하는 과도기에 위치한 공존(co-existence) 윤리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플로리디 정보 윤리학이 과도기 윤리에 위치함을 규명하고, 과도기 윤리로서의 정보 윤리학이 지향하는 윤리적 가치는 공존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본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플로리디 논의에 나타나는 공존 방식은 탈-인간 중심 윤리로 나아가는 과도기 윤리로서 불충분하다. 왜냐하면, 정보 세계(infosphere)의 윤리 가치에 대한 플로리디의 논의는 인간 중심적인 방식의 공존인 위계 공존만을 설명할 뿐, 탈-인간 중심 윤리로 나아가는 이행 동력과 이행 절차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본 논문은 동등 공존 방식을 보완책으로 제시한다. 본 논문은 플로리디 정보윤리학의 위치와 성격에 대한 규명과 보완을 통해 정보윤리학의 풍성한 이론적 가치와 실천적 의미를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토대 마련에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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