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봉준호는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감에 있어 알레고리를 구축해내는 일의 달인이다. 그가 온갖 종류의 비유적 기제를 동원하고, 수사적 기교를 통해 구축해낸 약호들에는 관객이 세밀하게 관찰하며 적극적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균열과 틈새가 반드시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들 속 거의 모든 장면(sequence, scene, 그리고 때로는 개별 shot에서도) 속에서 그와 같은 일을 펼쳐낸다. 그리고는 관객의 안목을 믿고, 관객의 발견과 해독을 요구한다.<BR> 본 연구는 봉준호 감독이 과거에 했던 한 인터뷰로부터 힌트를 얻어 진행하게 되었다. 이른바 ‘봉테일’이라는 별명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는 그 이전이나 이후, 어디서도 자신의 이야기 직조방식이나 영상(연출)미학에 대해 이보다 세밀하게 언급한 바가 없었다. 자신의 모든 작품, 모든 장면에서, 봉준호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지혜와 자료들을 통해 ‘온갖 비유의 기제들’을 ‘약호화(codage)’해 감추고, 얼핏 드러내며 관객이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가 의미 발견과 해독(decoding)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음을 밝혔던 것이다. 그 결과로 관객의 마음속에서 ‘푼크툼(감정의 격동)’이 발현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모든 장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와 같은 의미에서 그의 장편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가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고, 완성도 면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따라서 본 논고는 롤랑 바르트가그의 저서, 『밝은 방-사진에 관한 노트(La Chambre Claire-Note sur la photographie)』에서 제공한 ‘푼크툼’ 개념을 좀 더 크게 확장해,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세밀하게 분석해 보았다.<BR> 그 결과, 탁월한 이야기꾼 봉준호는 과연, 거의 모든 장면에서 관객의 발견을 기대하며 온갖 유형의 읽을거리를 구축해 놓고 있었고, 그것을 해독할 때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하고 특별한 감정의 격동, 즉 푼크툼을, 텍스트 읽기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물로 예비해 두고 있음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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