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대부분의 학자는 20세기 전반의 유럽 상황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지식인으로 카를 슈미트와 마르틴 하이데거를 지목하는 데 이의가 없을 듯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1933년 5월 나치당에 가입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학문인 생 초창기부터 모든 정파로부터 두루 진지한 관심을 받아왔다. 무엇이 이들의 학문적 업적에 주목하게 했는가?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적 시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신칸트주의의 학문패러다임이 지배했던 20세기 초반에 슈미트는 한스 켈젠 방식의 법실증주의, 즉 법이 가지고 있는 추상성, 순수성, 실증성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또한 슈미트와 하이데거 공히 결단의 실존성과 긴박성을 자신의 사고영역으로 끌어왔다. 이른바 그들은 ‘정치존재론’의 가능성에 주목했던 것이다.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1927)에서 현존재의 존재의미를 세계, 시간성, 마음씀의 차원에서 분석했던 것처럼, 슈미트는 ‘동지’와 ‘적’의 구분을 통해 끊임없이 ‘정치적인 것’의 구체적 의미를 천착하고자 했다. 사실 이들은 ‘존재’와 ‘정치적인 것’이 객관적으로 분석될 수 없다는 입장과 금세기 어떤 탈정치화 시도도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정치존재론과 맞물려 있는 이른바 ‘정치현상학’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 여기서 정치존재론은 존재적으로 상황 지어진 영역은 물론이고 존재 그 자체의 범주와 깊이를 뛰어넘는다. 궁극적으로 필자는 정치적인 것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에 기반을 둔 슈미트의 정치철학이 실존을 중심으로 한 하이데거의 현존재 개념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실제적 삶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 슈미트의 정치존재론은 실존적이며 ‘정치현상학’의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 요컨대, 정치현상학이란 전통적으로 존재론이라 하는 것과 정치철학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으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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