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한국 재난영화의 탄생을 알린 영화 〈해운대〉(2009)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개봉되었다. 그 때문에 〈해운대〉는 1997년 외환위기에 의한 국가적 트라우마를 반복함으로써 외환위기 및 뒤이은 신자유주의화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겪은 고통과 좌절, 불안을 의미화하고 통어하려는 판타지로 읽힐 수 있는 의미론적 공간을 연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해운대〉는 1970년대 할리우드 재난영화 사이클처럼 위기 영화로 간주될 수 있다. 〈해운대〉가 묘사하는 재난 쓰나미는 라캉 정신분석학의 의미에서 불가능한 향유에 몸체를 부여하는 매혹적인 이미지로서 실재계를 상상적으로 객관화하는 숭고한 형상이다. 〈해운대〉에서 이 쓰나미는 부권적 초자아의 작인으로서 기능하며 한국남성 주체들에게 부권을 회복하고 성관계를 완성하라는 아버지-향유의 명령을 물질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대〉의 판타지와 그것이 함축하는 정치사회학은 아버지의 법과 권위를 복구하고 주체들의 공적 세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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