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정도전의 요동정벌계획이 고구려 故土 수복을 위한 理想이 내재된 북진정책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요동지역에 위치한 주변세력의 동향과 연관시켜 세운 것으로 판단하고 기존과는 다른 입장에서 살펴보았다. 14세기 후반 동아시아 정세변화 속에서 요동지역은 고려(조선)와 명에게 있어 동아시아 패권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 중 하나였다. 특히 양국은 요동 지역의 建州女眞세력을 통제·포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에 대한 통제가 실질적으로 요동의 주도권 확보 및 변방 안정시키는데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BR 당시 명은 고려든 조선이든 간에 요동지역의 북방민족과 결속해서 자신의 요동지배권에 방해가 되면 가감하게 고압정책을 실시했다. 물론 동북면지역의 여진부족 대부분은 고려 말부터 이미 이성계 휘하에 내속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명 태조는 요동지역의 건주여진세력마저 조선지배에 들어가게 되면 요동경략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지배권도 빼앗기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 따라서 그는 요동정벌계획을 세운 정도전을 제거하려고 표전문제를 빌미로 고압정책을 지속적으로 내세웠다.BR 정도전은 역성혁명을 통해 새 왕조국가를 세우면서 영토를 보존하고 변경 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요동정벌계획을 생각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는 정통성을 중시하는 성리학자로서 명과의 사대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명의 무리한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명이 더 이상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하도록 요동에 대한 지배권을 차지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요동정벌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BR 그러나 정도전의 요동정벌계획을 고구려 故土 수복을 위한 원대한 꿈으로 보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실질적으로 그는 조선안위와 변경안정을 위해서 요동정벌을 택한 것이라고 본다. 또한 위협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주여진 세력통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정도전은 지정학적으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었던 요동지역을 수복함과 동시에 건주여진을 중심으로 그들 세력의 규합을 미리 통제하고자 했다. 또한 그들을 이용해 명의 고압적인 외교정책에 따라 더 이상 조선 입지가 약해지지 않도록 요동정벌계획을 세워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BR 따라서 정도전이 막연하게 조선이 중원의 주인공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안정과 부국강병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으로 개국 전부터 이미 계획을 구상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는 조선에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는 건주여진의 성장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 요동정벌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현해서 국가의 기반을 튼튼히 유지하고자 하는 입장이었을 것이다.BR 정도전의 요동정벌계획은 실현되지 못하고 구상으로 끝나버렸다. 그러나 그는 여말선초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려고 노력한 실용주의자인 유학자이면서 정치가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그가 내세운 요동정벌계획은 이제 막 개창한 조선의 국가기반을 튼튼하게 유지하여 ‘조선의 위상을 강화’시키고, ‘위민을 표방한 부국강병’의 일환으로 이후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 실천적 대안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 정도전의 요동정벌계획이 북진정책이었다는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나 주변세력과의 관계를 살피고 중요성을 인식한 계획이었다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하게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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