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오늘날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그리스도의 성체의 기적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듯하다. 조직 공학의 발달로 세포는 몸 바깥에서 자랄 수 있게 되었고, 기술적 생명은 종교적 마술을 자연스럽게 대체하게 되었다. 제작된 신체 조직은 병든 기관을 대신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신체 조직이 몸 바깥에서 고유의 삶을 살게 되면서, 신체의 관념은 위기를 맞게 된다. 자율적으로 배양된 세포 조직은 스스로를 신체로 주장하게 되고, 기존의 신체는 통제되지 않은 생명이 만들어낸 기괴하고 우연한 형상들로 대체된다. 바이오팩트의 관념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내생적인 디자인에 기초한 그것은 기괴한 키메라들의 등장을 막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오팩트는 생명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bios’와 인공물을 의미하는 라틴어 ‘artefact’의 조어로, 살아있는 생물학적 인공물을 지칭한다. 그것은 스스로 자라지만 자연상태의 생명체와 같은 자율성을 갖지는 못한다. 바이오팩트는 언제나 제작자를 갖기 때문이다. 특정한 의도와 계획 속에서 제작된 그것은, 제작 목적을 위해 기술적으로 통제된다. 하지만 그 통제의 기능은 완전하지 못하다. 바이오테크는 제작된 신체 기관을 공리주의적 사물로 환원하고자 하지만, 바이오팩트는 자신의 생명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러한 시도로부터 끊임없이 탈주한다. 성체라는 종교적 상징을 대신하려 했던 기술과학은 여기서 곤란에 직면하게 된다. 바이오테크는 끊임없이 신화 속 괴물들을 현실화시킨다. 또한 그 산물들은 희생 제물로 머물기보다는 생명의 형식을 갖추고자 한다. 바이오팩트는 기술과학적 환원에 맞서 차라리 물신이 되고, 상품으로 환원되지 못한 여분은 통제되지 않는 생명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기술적 통제는 좌절되고, 그래서 기술과학은 근대인들의 교훈을 따라 상징과 이미지를 다시 활용하게 된다. 그것들은 통제할 수 없는 사물의 에너지를 가두고, 이러한 퇴행을 통해 기술과 생명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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