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종교와 과학이라는 대결적 담론 지형의 형성에서 미신 범주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 나는 일제강점기의 신문과 잡지 자료에 나타난 미신 담론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종교 개념, 과학 개념, 나아가 종교와 과학의 관계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신 개념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대략 아래와 같은 세 가지 큰 틀에서 종교, 미신, 과학의 관계를 추적하였다. 첫째, 우리는 ‘비과학적’이라 비난받은 종교의 일부, 특히 무속 같은 민간 종교가 폄훼 과정을 통해 미신 범주로 낙착되는 것을 목격한다. 한국의 종교 전통은 서구적인 종교 개념에 부합하는 형태로 재편되기 위해 ‘미신’으로 의심되는 요소를 종교 범주 밖으로 추방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미신 범주는 종교 전통의 근대적 정화 작용을 위해 이용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학성’이라는 기준이 ‘비과학적 종교/과학적 종교’라는 구분법을 작동시켰다. 정화를 통해 종교가 과학에 가까운 것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둘째, 과학이 종교의 영역에 침투하여 기존의 종교 담론과 실천을 미신이라 비난하면서, ‘종교와 과학’의 대립 구도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장면이 있다. 역사 속에서 이제 종교의 시대는 가고 과학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생각이 이러한 논쟁을 지배한다. 이때 종교 개념은 두 가지 선택지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종교의 과학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학성’과 대비되는 ‘종교성’에 대한 주장을 통해 종교의 독자적인 존재 양식을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과학의 종교성’을 입증하려는 시도로까지 확장 될 수 있다. 이처럼 미신 개념은 근대적인 종교 개념의 형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종교는 마음의 공간으로 물러나 과학과는 다른 영역을 점유했다. 셋째, 미신론을 통해 비로소 종교는 더 이상 과학으로부터 위협을 느끼지 않은 채 세속과 분리된 공간 안에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미신의 제거를 통해, 종교는 내면의 공간으로 퇴거했으며, 종교 없는 세속 공간이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이다. 종교라는 개념은 독립적으로 형성되고 발전한 것이 아니라, 미신이나 과학, 또는 유사종교나 신종교 같은 다른 개념들과 연결된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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