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박영준의 『일년』은 두 번의 검열로 원작에 대한 이중의 삭제가 이루어진 작품이다. 발표 당시 총독부 검열에 의한 원본 삭제, 해방 이후 단행본 출간 과정에서 작가에 의한 연재본 수정 및 삭제가 그것이다. 본고는 식민지시기와 해방 이후 『일년』이 외부검열과 자기검열에 의해 ‘이중의 삭제’를 당한 이유와 배경을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고 1934년 『신동아』 연재본과 1974년 단행본의 텍스트 비교를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 검열과 개작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일년』이라는 텍스트를 분석한 선행연구에서도 작가에 의한 개작 문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했다. 단행본 출간 시기가 워낙 늦은 탓도 있겠으나 이미 연재 단계에서 검열이 작동해 원작의 삭제가 이루어진 점에만 집중한 탓도 있을 것이다. 본고는 선행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단행본 개작에 대한 논의를 추가하여 『일년』의 검열과 개작 양상을 전반적으로 논의하고자 했다. 『일년』은 식민지시기 총독부의 검열에 의한 삭제 그로부터 40년 후 작가 스스로에 의한 수정과 삭제 등 이중의 삭제가 이루어진 작품이다. 첫 번째 삭제가 외부 검열에 의한 강제적인 것이었다면 두 번째는 작가의 자기검열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원작의 표현을 다듬는 수준을 넘어 서사적 구성 차원의 수정으로까지 확장된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문제이다. 단정 수립 직후 박영준이 누구보다 먼저 자발적으로 전향 선언을 한 사실을 토대로 보면 『일년』에 대한 자기검열과 개작이 어떤 목적과 배경 하에 이루어졌는지 짐작 가능하다. 즉 해방 이후 ‘중간파’로 분류되었던 박영준은 1949년을 전후로 한 전향 선언으로 체제 선택을 강요당하고, 이로 인해 자신의 문학적 정체성을 지울 수밖에 없었으며 그의 전향은 해방 이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관계한 경력에 대한 자기검열이 작용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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