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에 관한 담론과 실천 속에서 대안의 성(性) 혹은 새로운 문화 코드로서 퀴어는 이성(二性) 외의 성들을 끌어안으며 우리 사회에서 크고 작은 공감과 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도 퀴어적 상상력 혹은 퀴어 코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현대시의 퀴어성과 퀴어적 재현 양상을 읽어내는 독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에 본고는 페미니즘, 레즈비어니즘, 게이즘, 트랜스젠더리즘과의 착종, 대립, 연대 속에서 발전해온 퀴어의 정체성을 검토한 후, 이를 토대로 한국 현대시의 퀴어 지형도를 그려보고자 했다. 먼저 1) 김선향과 고정희 시를 중심으로 페미니즘과 연동된 레즈비어니즘의 비유화된 발화 양상을, 2) 채호기와 황병승 시를 중심으로 젠더 이항주의에 대항하는 드랙(여장남자)의 수행성을 살펴보았다. 특히 채호기와 황병승 시는 젠더 패러디를 대표하는 드랙퀸을 특징으로 하는데, 황병승의 시는 시 형식 차원에서는 B급 서사 혹은 판타지 양식을 패러디하고, 내용적으로는 원본의 개념이 없는 젠더를 패러디함으로써 섹슈얼리티의 교차성을 더하고 있다. 또한 3) 김현과 황인찬 시를 중심으로 게이즘의 섹슈얼리티와 정치성을 살펴보았다. 퀴어 당사자성을 확보한 본격적인 퀴어시로서의 면모와 퀴어 해방의식을 표방하는 다양한 목소리에 주목하였다. 4) 장정일과 김승일 시에서는 ‘퀘스터닝questioning’이나 ‘다른other’ 혹은 그저 ‘+’로 기호화되는 다형성을 중심으로, 이분법적 범주화나 안정적 규범화를 거부하는 퀴어됨에 대한 사유과 유희적 재현성을 살펴보았다. 퀴어란 성소수자들의 타자화된 목소리를 함의한다. 한국 현대시에서도 소수의 시인들이 퀴어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단일한 의미체계나 주류화된 담론에 속하지 않은, 과정중인 발화양식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과정성이 강조된 ‘퀴어링’의 발화양식들을 통해 한국 현대시에 위치하는 퀴어시의 재현성과 하위장르로서의 퀴어시의 위상을 고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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