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의 일차적인 목표는 중세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나온 유명한 종교 간 대화 문헌인 니콜라우스 쿠사누스(Nicolaus Cusanus, 1401-1464)의 『신앙의 평화』(1453)를 철저한 원전 분석을 통해 소개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쿠사누스는 1453년 유혈이 낭자한 콘스탄티노플 함락 소식을 들은 직후 종교 간 평화를 찾기 위해 천상의 예루살렘에 당시 알려진 거의 모든 민족과 문화를 대표하는 17명이 참여하는 종교 간 그리고 문화 간의 가상의 대화를 기술한다. 당시 이슬람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 유럽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투르크의 침공을 보복하고 그 진격을 막기 위해 십자군을 재개하자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저자는 종교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대화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작품을 집필했다. 쿠사 누스는 종교 간의 갈등의 원인이 사람들이 각 종교 전통의 오랜 관습을 진리로 간 주하는데 있다고 보고, 종교 간의 평화를 위한 대화의 중심적인 원리로 ‘의례의 다 양성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종교’(una religio in rituum varietate)를 제시한다. 이 글은 『신앙의 평화』를 해석하는 토대가 되는 쿠사누스의 『유식한 무지(De docta ignorantia )』(1440)와 『추정(De coniecturis)』(1440-1444)에 나타나는 인간 인식의 조건과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설명에 비추어 ‘하나의 종교’와 ‘의 례의 다양성’이 어떻게 대립하지 않고, 공존하는 원리인지 규명한다. 이 공존은 종교 의례의 다양성을 해석하는 쿠사누스의 관점에 달려있다. 그에 따르면 의례 는 진리 자체가 아니라, 진리의 감각적 표지이다. 하나의 진리가 다양한 표지로 표현될 수 있듯, 하나의 종교는 다양한 의례로 표현될 수 있다. 이는 쿠사누스 가 밝힌 인간 인식의 조건, 즉 인간의 인식은 진리의 정확한 인식에 도달할 수 없는 까닭에 추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같은 실재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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