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小林一茶(고바야시 잇사, 1763-1827, 이하 ‘잇사’라고 칭함)의 ≪시경≫ 俳句(이하 ‘하이쿠’라고 칭함)化 양상을 살피고 그 의미를 도출한 것이다. 잇사는 1803년 ≪시경≫을 공부하고, 이를 하이쿠로 재창작하여 ≪享和句帖≫을 작성했다. 현재까지 이에 대한 국내의 연구는 없으며, 일본과 중국에서 잇사의 ≪시경≫ 수용 양상을 다룬 바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주로 國風에 한정되었으며 연구자들 사이에 용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작품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번역이라는 관점을 지양하고 俳句化라고 명명하였다. 나아가 두 장르간의 심층적인 교류와 영향 관계를 문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시경≫ 俳句化 양상을 주제의식의 재현, 시어와 이미지의 변용, 의경 전화와 제목 차용의 층위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주제의식의 재현에서는 주로 고향이나 부모를 그리워하는 작품이 선별되어 俳句化 되었다. 이때 단순한 주제 차용의 수준이 아니라 핵심 의미를 도출, 주석을 고려하여 해석하거나 잇사 개인의 원작 이해가 많이 개입되었음을 살폈다. 시어와 이미지의 변용에서는 해당 원천들의 의미를 절취하거나 조합하여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한 작품이 두드러졌다. 의경 전화에서는 일본적 정경으로 그 분위기를 바꾸는 작품이 있었는가하면, 제목 차용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작품도 존재했다. 俳句化의 의식 지향은 ≪시경≫의 감정이나 격앙된 어조, 비난 등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고 이치를 배척하거나 詩敎의 관점을 탈피한 것, 도덕적 이상을 담아내지 않는 작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잇사는 ≪시경≫을 하이쿠로 옮겨 올 때 매우 많은 부분에서 하이쿠적인 감상과 습관을 자각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잇사가 ≪시경≫을 俳句化한 것의 의미는 우리의 ≪시경≫ 수용과 대조해볼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조선에서는 ≪시경≫을 언해하였지만 의역이 아닌 직역을 하였기 때문에 ≪시경≫ 원문의 글자가 유지되었다. 일본의 경우도 훈독체로 ≪시경≫을 수용하였기 때문에 원 글자가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잇사는 ≪시경≫의 출발점인 민요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하여 일본의 민족어 시가 형태로 그 내용을 옮겼다.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시경≫ 수용 방식을 벗어나 잇사는 민족어 시가로 ≪시경≫에 대응한 것이다. 따라서 잇사의 ≪시경≫ 俳句化의 의미를 본래 ≪시경≫의 출발점인 노래 그 자체로 인식하여 받아들인 태도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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