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고려는 동아시아의 문명의 힘을 공유ㆍ보존하고 발전시킨 동아시아 중세문화의 중심지였다. 이는 고려인들의 문집에 인용된 전거자료에 잘 남아 있다. 특히, 고려 문인들이 이렇게 다양한 중국 자료들을 상황에 맞게 가감하여 적절히 인용한 것은 문화적 자신감의 발로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처럼 고려는 문화적 자신감을 가지고 동아시아 문명의 힘을 공유하고 보존해 왔는데, 그러한 문화적 자신감이 고려 문집에 인용된 전거자료에 오롯이 남아 있다. 따라서 고려시대 유학자와 승려들의 문집을 비롯한 고려시대 문집 전체와 동문선 자료까지 망라한 전거자료에 대한 질적 데이터베이스로서의 활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의 일환으로 고려시대 문집에 인용된 전거자료의 재인식을 통해 조선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산화된 문집의 사료 상황을 질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고려 문집에 인용된 전거자료라는 한정된 자료라 할지라도 각종 판본을 비교·검토하여 원문의 오류를 최대한 보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용된 전거자료마다 각 판본의 성격과 동이(同異)를 살펴서 판본마다의 차이점을 밝히고, 그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를 고려하여 형태 분석을 우선적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고려 문집에 인용된 전거 자료에 대한 기존의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고려시대의 문집 중 󰡔삼봉집󰡕의 󰡔경제문감󰡕 등 특정한 문헌에 제한되어 있고 연구자도 몇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연구의 형태를 띠지는 않았지만, 문집을 번역하는 중에 출처를 밝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피상적이면서 ‘형태적’ 출처 찾기에 한정되어 있어서 학문후속세대가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고 또한 오류가 많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전거 자료를 찾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내용상의 인용전거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려 문집에 인용된 전거 자료의 재인식을 통한 사료 활용의 경우, 기존 선행연구나 번역문집이 제공하는 ‘단순한 용어사용의 차이나 기록의 착오 또는 견해의 바뀜’을 밝히는데 그치는 ‘형태적’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유·불을 망라한 고려시대 문집 속에 인용된 전거자료의 ‘동이(同異)’를 통해 그 시기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경전 해석 방식의 변화와 같은 사상적 경향성 등을 ‘심층적’차원에서 깊이 있게 해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용 전거자료의 해석 과정을 살펴보면, 1) 전거 출처 찾기와 원문 대조 2) 유교와 불교를 가로지르는 전거자료 찾기 3) 동일 전거 인용 인물 비교 4) 원천자료 변형에 따른 새로운 해석 과정 5) ‘인용 패턴’찾기와 ‘역사의 결’ 느끼기 등으로 전개될 수 있다. 90년대 초부터 세계사(World History)나 지구사(Global History)가 급격하게 성장하였고,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기존의 역사서술이 일국사의 테두리에 안주하는 한계를 비판하고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에서는 ‘어떻게 인간, 사상, 제도, 문화가 일국(一國)을 넘어 그 저변이나 주변으로 작동하는가를 조사하고, 어떻게 국경선이 사람들의 역사적 경험을 포괄하거나 규정하는 가를 설명하려 한다. 고려 문집에 인용된 전거자료들도 이렇게 고려와 중국을 횡단하여 가로지르는 경계선에 있는 자료들이다. 한국과 중국 양쪽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자료들이지만, 오히려 이들 자료야말로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고려사회의 전통을 보여주고 고려와 중국을 횡단하는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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