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明淸시기 西北지역의 지방지를 중심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정절의 담론과 열녀 재현 방식의 분석을 통해, 특정한 지역 경관 속에서 구성된 여성다움의 의미를 탐색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명청 시기의 烈女는 제국이 지향했던 윤리적, 문화적 통일성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明淸시기 西北변경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주변적 위치에 있지만 여러 문화가 교섭하고 충돌하는 일종의 접촉지대였다. 중국의 정절 숭배 현상은 명대 이후 제도적으로 완비되었고, 특히 江南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서북 지방지에도 열녀들의 이름이 많이 기록되어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 지역에는 오랫동안 중국식 열녀 문화가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서북 변경에 대한 이미지는 전쟁, 추위, 건조함, 빈곤함과 척박함 등이었다. 어떤 이들은 서북 지역의 낙후성을 인정하며 이 지역의 열녀를 발굴하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라 주장했다. 또 어떤 이들은 서북의 역사적 정체성과 땅의 기운에서 용기와 기개를 읽고, 여성들 역시 이러한 기운을 이어받은 것이라 간주하였다. 서북을 바라보는 타자들의 모순된 시선은 곧 이곳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엘리트들의 이중적 태도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16세기 서북 지역의 지방지에 수록된 열녀 중 일부는 제국의 표준에 맞지 않는 옛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이후 과거 이 지역에 부여된 로컬리티적 의미를 전용함으로써 여성의 행위를 도덕적, 윤리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볼 수 있다. 18세기로 접어들면서 이 지역 열녀 서사의 중심은 가문과 지역의 명예, 그리고 정절 행위에 대한 보상의 확인으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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