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해인사는 최치원의 은둔이라는 역사적 실제와 선화(仙化)의 전설에 의해 하나의 문화경관으로 자리하게 된다. 시인에게 독서당, 시석(詩石), 취적봉, 광풍뢰, 제월담, 무릉교 등의 경관은 최치원 서사를 읽는 텍스트가 된다. 시인은 이들 텍스트에서 최치원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환기하고 이를 해석하여 그 의미를 시에 구현한다. 최치원 서사와 문화경관은 상호텍스트로 작용하면서 시의 주제를 구축한다. 다른 한편, 최치원의 은둔과 선화의 서사와 추상적 텍스트의 상호작용이 보인다. 최치원의 해인사 은둔은 맑고 고결한 것으로 인식된다. 이것은 신선과 낙원의 문학적 원형의 상호텍스트성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상징은 학, 백운, 옥 퉁소, 복사꽃 등이다. 홍류동에 떠내려 온 복사꽃은 상류의 낙원과 하류의 인간세상을 구분하는 지표가 된다. 시인은 자신이 인지한 최치원 서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미 습득한 보편적 지식으로서의 문학적 원형 또는 상징을 끌어와서 하나의 그물망 안에 재현한 것이다. 최치원은 역사인물이지만 그의 행적은 신화의 세계에 편입되어 있다. 집단의 기억은 문학 속에서 어떤 상징으로 기억되고 전해진다. 해인사 문화경관을 읊은 한시는 최치원의 은둔서사와 경관, 문학적 원형과의 상호텍스트성 속에서 의미를 확대하고 재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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