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여묘는 부모 사망 시 상례를 치룬 후 부모의 묘소 근처에서 여막을 세워 상기를 마치는 장례 절차를 일컫는다. 여묘는 중국 한대 이후로 지속적으로 중국정사를 통해 발견되어 나말여초 시기에 한반도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묘는 고려 성종대에 접어들어 권면의 대상으로 부각되게 된다. 성종대에는 주인 대신 대리여묘를 행한 노비에 대해 환속을 명하였는데, 이는 비록 대리여묘일지라도 이를 권장하고자 한 성종대 유교정책에 힘입은 결과였다. 이와 같은 여묘 확산의 배경이 되는 『효경』의 국가주도적 효 윤리는, 국가를 주도로 한 효행 보급과 직결되어 여묘자에 대한 포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효경』의 정치이념적 효 윤리는 국가에 대한 충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적 측면을 중심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었고, 이에 따라 대리여묘 또한 큰 문제없이 포상의 대상으로 성행할 수 있었다. 개인에 의한 여묘의 직접실천 사례는 인종대로부터 등장한다. 이는 당시 국가정책 · 사회문화적 현상을 반영한다. 당시의 여묘 실천자들이 등장하게 된 것은 지속적으로 이어진 고려의 유교윤리 확산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종대를 전후해 성행한 유교 윤리의 확산정책은 인종대 부모상의 강조와 여묘에 대한 포상 확산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인종대 무렵부터 관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유교적 생활양식 실천 또한 확산되어, 여묘 실천을 야기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와 같은 여묘는 고려 말 시점을 거쳐 더욱 확산 · 변화되었다. 원 간섭기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노비들에 의한 대리여묘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이 시기에 접어들어 대리여묘는 도리의 차원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와 함께 직접여묘는 대량으로 시행되게 된다. 고려 후기의 여묘 실천은 종래와 달리 주로 유학자들을 주축으로 한 주도층의 변화, 전국화된 실천 등이 차별화되었으며, 전파의 과정에서 불교적 습속과 조화되기도 하였다. 고려후기 여묘의 확산은 당시 사회문제의 개선을 위해 강상 · 교화등 윤리적 가치에 집중하였던 성리학의 부상과 궤를 같이하는 현상이었다. 효의 본원성과 인륜적 문제를 중요시한 당시 성리학자들의 인식은 충보다도 효를 우선하는 의식으로까지 진전되었는데, 이는 종래 효경의 국가주도적 윤리관에 더해서, 효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효행의 개인화된 본연성이 재발견된 변화양상을 보여준다. 고려 말 여묘의 확산 · 정착과정에서는 이색의 여묘론이 주목된다. 이색은 삼년상제를 보다 확산시키기 위해 당위적으로 여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관직자를 구심점으로 비 관직자들에게까지 성행하는 기복의 풍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묘의 실천이 더욱 성행해야 한다고 파악하였던 것이다. 단, 동기(同氣)이론을 기반으로 한 사당 · 가묘를 중시하였던 송대 성리학자들의 예제론은 자연스럽게 기왕의 묘제 중심의 상례를 배제하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색은 이와 같은 송대 성리학자들의 혼백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고려의 상장례 현실 속에서 과도기적 대안을 모색하였다. 그 결과 기왕의 주자가례에 명기된 반곡(反哭)절차를, 기왕에 고려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었던 산야에서의 여묘를 이행하는 방식으로 절충시키는 점진적 대안을 모색하였다. 여묘는 중국으로부터 유래하여, 고려시기 전반을 거쳐 고려국가의 유교적 포상 · 권면정책과, 의종~명종대, 나아가 이후 고려 말 다양한 사회적 배경 하에서 벌어진 적극적 실천을 통해 정착 · 확산된 효행의 풍습이었다. 여묘는 중국의 제도가 사상적으로 이식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존 고려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유교 윤리 장려정책들과 결부되어 수용 · 전파된 산물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 속에서 도입된 여묘는 고려 말 효행의 본원적 이해 속에서 고려의 풍습으로 흡수되어, 이후 이론적 정당화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정착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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